경제회생과 비리척결/윤기중 연세대교수 응용통계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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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4-15 00:00
입력 1993-04-15 00:00
◎“특혜·권력남용 근절을”

30여년 만에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새 대통령도 국민 기대이상의 포부를 밝혔고,국민들도 그에 못지않은 희망을 가지고 새봄을 맞는다.새정부나 국민이 당장 공감하는 과제는 침체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것과 만연된 부조리의 척결이다.이 두 과제가 서로 상충된다하여 불황타개를 우선하자는 소리도 있다.그러나 「신한국」건설의 주역들은 부조리척결이나 경제살리기 어느 하나도 늦출 수 없다 한다.두마리의 토끼를 쫓고 있는 셈이다.

지난 연말부터 중소기업의 부도율 급증과 기업주의 자살,그리고 제조업체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제조업의 공동화,수출경쟁력약화 등의 문제가 세론에 부각되었다.설상가상으로 시장개방,더욱이 농산물시장개방까지 제기되어 경제계는 심한 한파에 시달려 왔다.국내경제 만이 아니라 해외시장의 사정도 이에 못지 않았다.이러한 불황의 와중에 출범한 새정부에 대한 기대는 자못 컸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새대통령에 대해 경제외적 비용의 척결을 제의했다.새대통령도 그동안 재야에서 경제활동의여러 부조리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처방전을 이미 마련해 두었을 것으로 믿는다.

이 나라 부조리의 한 형태는 정치권력과 경제계와의 유착에 의한 특혜이다.그 뿌리는 자유당시대부터 국유재산의 불하,자금대출,외국차관 등의 특혜로 이어져 왔다.특혜는 당장은 큰 폭리를 주지만 기업의 대외경쟁력은 약화되게 마련이다.1961년에 수출총액이 4천만달러이던 것이 30년이 경과한 1991년에는 7백20억달러로 1천8백배나 증가했다.그 뒤에는 저임금 근로자,해외시장을 개척한 기업가의 공도 크지만 한편에서 수출금융의 지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수출금융 지원의 결과 현재까지 증발된 통화는 통화안정증권의 발행으로는 환수 한계에 이른 것 같고 대외경쟁력도 약화되어 시장개방대처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혜로 인한 독점과 폭리는 경쟁사회에서 불공정하다는 이유만으로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일과성이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이는 자유당시대 특혜불하를 받았던 기업이 오늘날 경제계에서 어떤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가로짐작된다.특혜는 정치권력과 경제와의 유착에서 생기는 것으로,그 효과는 일과성일 뿐,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주요소인 동시에 불공정경쟁이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나 실정법상 용인될 수 없는 독초다.

다른 또 하나의 유형은 이미 제기되고 있는 경제외적 비용이다.50년대 미국인 교수가 한국대학에 파견되어 있을 때 정규 급여 이외에 전시수당이라는 것을 받았다.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던 때 돌발사태에 당할 수 있는 위험을 보상하는 의미로 생활비와는 관계없이 지급되었던 것이다.이런 수당의 지급이 경제외적 비용이다.현재 외국상사들이 한국에서 상행위를 할때 마치 전시수당과 같이 추가적인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지 궁금하다.우리는 이 사회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경제외적 비용을 필요비용으로 생각하게 되었다.이런 비용을 인·허가과정에서,그리고 일상의 기업경영에서 필요경비로 지출하게 되는 일들이 만연되어 있다.이것은 비단 기업경영에서 만이 아니고 한국인의 혈관속 깊이 숨어들어 아무 의식없이 순환하는 것같다.세번째 유형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많은 여운을 남긴 것으로서 권력의 남용이다.국가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국민을 위해서 이를 행사해야 되는데 현실은 사욕을 채우는 데 행사한 경우이다.권력이 토지투기나 융자·재산증식 등에 이용된다면 국민 누구하나 그 정부를 따를 것인가.정부의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실현은 국가권력의 사정기능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민의 책임의식과 참여,그리고 자제를 호소하는 것이 이상적이다.한편에서 호소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뿌리 깊은 부조리를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그 당위성은 누구나 공감한지 오래다.도덕성이나 법률 문제를 떠나 더욱 시급한 것은 모든 시장이 개방되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했다는 점이다.구태의연한 부조리가 잠재하고 있는 한 경쟁사회에서는 생존해 나가기 어렵다.일부 권력자는 도피하여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민족 전체는 갈곳이 없다.현재 지구 도처에서 민족분쟁이 일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강건너불구경하 듯 할수는 없다.

「신경제」정책이 한국경제의 불합리한 요소를 청소하고,개방시대에 맞추어 경쟁에서 이겨 나갈 수 있는 건전체질을 육성하는 것이라면 부조리제거가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이며,이것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개혁」의 초점이 될 수도 있다.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부조리제거는 꼭 필요하다.재산공개에서 보인 것과 같이 미비한 법제도 위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람과 같아서는 안되며,법제도를 새로이 정비하여 과거부터 내려온 뿌리를 완전히 고사시킬 수 있는 부조리 척결이 되어야할 것이다.
1993-04-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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