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불편 주는 「경호」사라졌다/문민시대 청와대경호실 몰라보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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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4-12 00:00
입력 1993-04-12 00:00
지난 3월3일 김영삼대통령은 경제장관회의 주재를 위해 과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일반 직원들은 전용헬기 3대가 청사위를 가로질러 떠날때에야 대통령방문을 눈치 챌 수 있었다.청사옥상에 위치한 외곽경호원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색대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고 주차제한등의 당연시되던 조치가 없어졌다.회의가 열리고 있던 1동 7층의 복도에서조차 몇몇 눈치있는 사람들 정도가 단정한 차림의 젊은이들을 보고 대통령의 행차를 느낄 수 있었다.대통령은 아무에게도 불편을 주지않고 갔다.
김영삼대통령시대를 맞아 청와대경호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박상범(경호실장)경호팀의 고위관계자는 『종전 청와대 경호는 군사작전의 개념으로 이해됐었다』고 전제,『때문에 공간의 확보,점령이 경호의 기본이었다』고 말했다.이에따라 대통령이 움직이면 반경 1.5㎞(박격포사정거리)가 군·경에 의해 「점령」됐고,근접경호시에는 경호원들의 팔꿈치에 의해 일정한공간이 확보됐다.청와대경호의 삭막함은 『대통령 참석 리셉션에 참석하고 나면 대부분 반정부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로 나타나곤 했다.
새경호팀은 종전의 공간확보라는 경호개념을 「대통령보호」로 제한하고 있다.적극적으로 위해가능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해가능성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한다.때문에 경호는 유연해지고 분위기는 부드러워질 수 있다.
청와대 앞길의 외곽경호원들은 상냥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는 중이라도 행사장의 출입문은 개방된다.중앙청건물이 정부청사로 사용되고 있을 당시 대통령이 참석하는 여러가지 리셉션은 곧잘 중앙청 중앙홀에서 열렸다.대통령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출입문이 잠긴다.
지난 9일 저녁 6시쯤 청와대를 나온 일단의 승용차행렬이 은평구의 한 대중음식점으로 향했다.퇴근차량이 몰리기 시작한 그시간에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은 모처럼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예전에 다녔던 단골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단2대의 경호차량만이 이 행렬을 호위했다.이 지역의 경찰은 대통령일행이 다녀간뒤 『비공식행사였기 때문인듯 특별한 협조요청이 없었다.다만 행렬이 나가는 방향으로 신호를 길게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경호의 변화는 고대법대출신의 박실장의 임명에서 예고됐던 부분이다.박실장은 63년 대통령경호실법에 따라 경호실이 출범한 이래 9대 경호실장이면서 최초의 민간인 출신 실장으로 기록된다.20년동안 경호실에 근무하면서 아랫사람에게 항상 존대말을 써온 사람으로 유명하다.경호처장으로 근무하면서는 장성출신 경호실장들과 경호방법을 놓고 불편한 관계에 있기도 했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청와대에 주둔하던 공수부대가 철수했다.지금은 5백명의 경호요원들에 의해서만 경호가 이뤄지고 있다.외곽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수방사 30경비단도 오는 96년까지는 경복궁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경호실은 「경호는 눈에띄지 않고,다른사람에게 불편하지 않게」라는 김대통령의 경호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청와대 앞길의 차량통행 같은 것은 경호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죽을노릇이라고 한다.
1993-04-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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