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자거(외언내언)
수정 1993-04-01 00:00
입력 1993-04-01 00:00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끄집어낸 김전의장은 성공자거라는 고사성어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상은 목적을 달성한 뒤 다음에 오는 것에 자리를 물려주고 간다는 뜻이다.「사기」(범류채택열전)에 나온다.채택이 진나라 승상 범류에게 했던 말로서 『대저 사시의 순서는 공을 이룬 것이 물러가는 법입니다…』고 설득해 나감으로써 승상 자리를 물러나게 하고서 자신이 그 자리에 앉는다.
쓸모없다고 남에 의해 삶기기 전에 공을 이루고서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슬기 없었음을 먼저 탄식하는 것은 어떨까.월왕 구천의 신하 범류같은 사람에겐 그런 슬기가 있었다.월이 남방의 패자가 되게 하는데 결정적 구실을 한 공로자 범여는 물러날 줄을 알지 않았던가.그는 물러나 도주지부라는 또다른 고사를 남겼을 정도로 큰 재산을 일군다.정치에 눈이 밝았던 그는이재에도 눈이 밝았던 셈이다.
사람은 물러날 줄을 알아야 한다.물러날 때를 헤아릴 수도 있어야 한다.자신만은 시대가 변해도 언제까지 현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현명한 판단일 수는 없다.더구나 그런 전제 아래서 삶기는 사냥개 신세로 비기면서 남을 탓하는 것은 비웃음만 살 일이다.비단 김전의장뿐이 아니다.시류에 눈감은 채 아앙불락하는 일부인사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성공자거의 이치이다.사람들은 멋있는 뒷모습에도 박수를 치는 법 아니던가.
1993-04-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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