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불법 「해외낙태여행」 성행(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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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29 00:00
입력 1993-03-29 00:00
카톨릭국가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폴란드에 최근 외국으로 「낙태여행」을 주선하는 여행사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있다.
우리에겐 낙태여행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지만 최근 국민의 90% 이상이 카톨릭 신자인 폴란드에서는 외국에서 낙태수술을 받기를 원하는 임산부들이 법망을 피해 알게 모르게 곧잘 이용한다.
폴란드에 이런 형태의 여행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올들어서부터.오랜 기간동안 치열한 논란을 거듭한 끝에 지난 1월 낙태금지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여행사들은 이 법이 제정돼 국내에서는 낙태수술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자 이처럼 기막힌 아이디어를 짜냈다.
지난달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폴란드의 낙태금지법은 국내에서의 낙태수술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1959년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난 89년 공산체제가 무너질때까지 이 나라에서 산아제한의 한 수단으로 이용돼왔던 낙태수술이 40년만에 금지된 셈이다.
이 법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병원에서는 낙태수술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다만 분만으로 산모의 건강이나 생명이 위협받거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등에 의해 임신했을 때에만 국립병원에서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
이 법은 또 이를 어긴 의사에 대해서는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외국에서 낙태수술을 받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벌칙이 없다.
이들 여행사들이 낙태여행 대상국으로 삼고있는 나라는 폴란드의 이웃나라로 낙태수술이 허용되고 있는 러시아,체코,우크라이나및 슬로바키아공화국등이다.이들 나라에서 낙태수술을 받는데 드는 비용은 폴란드인 한달 평균 봉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2백달러나 된다.
여행사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낙태수술」이라는 직접적인 용어를 쓰는 대신 『외국의 산부인과 전문의한테 모든 분야에 걸쳐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문구로 신문에 광고를 내어 대상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낙태여행으로 재미를 보고있는 한 여행업자는 『러시아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지않기 때문에 원하는 여성은 누구든지 4∼5일 정도의 여정으로 그곳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면서 『나는 단지 외국에서의 의료서비스를 안내해주는 중개인에 불과하기때문에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또 바르샤바에서 개업하고 있는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직업여성이 대부분』이라면서 『특히 폴란드 남부지역에는 외국에서의 낙태수술을 알선하는 여행사들이 이미 많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폴란드의 한 유력 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낙태여행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낙태금지법을 완화시키는 길 뿐』이라면서 『법을 강화시킬수록 탈법과 위선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낙태금지법을 입안했던 기독국민당의 대변인은 『수많은 폴란드 아이들이 외국에서의 낙태수술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당장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그렇다고 국경지역을 차단할 수도 없지않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 이같은 일부 여행업자들의 탈법적인 「낙태여행」에대해 폴란드 당국이 어떤 대안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오승호기자>
1993-03-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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