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의 길(외언내언)
수정 1993-03-28 00:00
입력 1993-03-28 00:00
다산은 또한 공직자는 그 자리를 떠날때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목민심서」는 그 해관육조에 『목민관이 임무를 마치고 떠날때 고을의 부로들이 동구밖에 전송나와 술을 권해 보내드리기를 어린이가 어머니를 잃은듯 석별의 정을 표한다면 더할 수 없는 영광일 것』이라고 적었다.한데 요즈음은 어찌된셈인지 공직을 떠나는 자가 술한잔 받기는 커녕 원성과 지탄과 외면을 받기 일쑤다.
옛 중국의 재주 별가였던 조궤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길에 고을 부로들이 길을 막고 눈물을 흘렸다.『공이 이 고을에서 사로는 물 한방울 백성들로 부터 받은 바 없으나 오늘 공을 전별하는 마당에 한잔 술이나마 올리고자 합니다.하지만 그 역시 받지않으실줄 알기에 냉수 한그릇(냉수일배)으로써 석별의 정을 표합니다』선정을 펴고 표표히 떠나는 공직자에게 냉수 한잔 권하고 마시는 정경에서 청고한 공직생활의 영예와 보람이 눈에 잡히는 듯도 하다.
오늘 세상은 어떠한가.공직규범의 훼손과 공직윤리의 불재에 따른 이른바 총체적 공직비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한마디로 공직의식의 결여와 사회정의 특히 분배의 공정이 실현되지 못한데서 야기된다.경제 사회의 모든 갈등과 불화는 이로부터 연유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공직자재산공개 파동이 급기야 의원직의 자진 강제사퇴·탈당권유·직위박탈·경고 등으로 번지고있다.
공직을 떠나는 마당에 술 한잔 냉수 한그릇은 고사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셈이다.모두들 자리만 알고 수분을 못한 탓이다.
1993-03-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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