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들의 설움/이경자(여성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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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10 00:00
입력 1993-03-10 00:00
오늘은 누구집에 또 무슨 일을 해주러 가시는 길일까.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돈없는 시어머니의 입장이고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집 지켜주는 일이라는데.
이 시대의 노인여성들은 유교적 가부장문화의 영향과 일제 식민지시대,해방전후의 혼란기와 진쟁등을 겪으면서 노후의 대비가 전혀 불가능했던 세대로 그 어느 시기의 노인들보다도 어려움을 맞고 있다.대체로 무학력이며 과거에 경제활동의 기회가 거의 없었고,있었다 하더라도 비연속적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며 또한 남성에 비해 저임금으로 수입이 적었기 때문에 자기몫의 재산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고령층 생활보호대상자의 약 70%가 여성이며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보호 받고있는 노인의 약 90%도 여성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딸이라고 환영받지 못해 말순이나 후남이 같은 이름을 얻고,자라면서도 밥상부터 차별받으며 부엌이나 뒷전에서 지내다가 결혼후도 온갖 집안일 다 하며 시어른을 모시고 남은 반찬과 찬밥 먹어가며 가족들을 보살피고 자녀를 키우고 교육시켰지만 그러한 가정적,사회·경제적 기여에 대한 보상도 없이 자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요즈음 젊은층의 효도의 기준은 부모를 부양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결혼후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만 해도 효도라고 생각한다.나이먹고 병들어 서러운데다가 남성보다 불이익을 당하는 여성노인들은 자식들의 행위가 괘씸하여 본전생각이 절로나며,길어진 수명조차 더욱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뿐이라고 한다.
이러한 여성노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이루어져서 그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감소될 수 있고,활기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 될까.
우리 모두가 다시금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원>
1993-03-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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