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권리(외언내언)
수정 1993-03-10 00:00
입력 1993-03-10 00:00
진이 빠지도록 기다린데 비해 의사의 두서너마디의 의례적 질문과 처방전,그러나 처방전을 받아 투약이나 치료를 위해 돈을 내는 수납창구는 북새통을 이루어 마치 시장바닥을 연상케 한다.큰 병원일수록 더욱 심하다.
성한 사람도 아닌 중병환자의 경우는 십중팔구 졸도하기 십상일 것이다.그런데도 의사와 간호사는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만 하다.그들은 고객인 환자에게 군림해있고 환자는 저자세로 죄나 지은양 절절매는 것으로 되어있다.
통계청 발표에 보면 89년엔 환자의 38·3%,92년엔 44·1%가 의료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연휴기간동안 당직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없이 병원셔터가 폐쇄된 상황에서 환자가 절명한 예가 있다.불친절이 지나쳐 환자를 물건 팽개치듯 방치 한 케이스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연세의료원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환자 권리장전」을 선포했다.10가지 항목중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모든 환자는인간으로서의 관심과 존경,의료진의 성실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대목이다.건강과 생명에 불확실성을 가지고 찾아온 환자에게 병원과 의료진은 안심과 안창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환자도 자신의 질병의 현재 상태가 어떤가,어떤 치료를 받게 될 것인가를 물을 수도 있다.
뒤늦게나마 이런 금기상황과 의사·환자간의 우렬적 관계를 청산하고 환자중심으로 병원운영을 전향한다는 개혁의지는 현시점에서도 시의적절하게 여겨진다.
『아무리 위급한 상태에 던져진 환자라도 의사의 단순한 친절에 만족함으로써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이 히포크라테스의 격언이다.물론 인권존중은 의사측에만 요구할 일은 아니다.환자자신도 이에 걸맞는 예의와 도리,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1993-03-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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