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도는 「용팔이」배후 규명/「창당방해사건」검찰수사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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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05 00:00
입력 1993-03-05 00:00
안기부개입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의 수사가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지난달 25일 사건의 배후주모자로 지명수배됐던 이택돈 전신민당의원을 검거,구속함으로써 사건발생 5년10개월만에 사건의 배후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검찰은 그동안 배후규명을 위해 사건관계자를 소환 자금출처를 조사했으나 아직 수사의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의 행동대장인 용팔이 김용남씨(43)를 2일 소환한데 이어 3일 이선준 전신민당 청년국 제1부장(51)과 이택희 전신민당의원의 보좌관 이정희씨(51)를 소환,자금규모와 출처,구속된 이택돈씨(58)등 보다 윗선의 배후가 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에 소환된 관계자들은 『이택돈 전의원이나 이택희 전의원의 지시에 따랐다』 『배후에 대해 아는바 없다』는 종전 진술을 되풀이해 검찰이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데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당초 심경변화로 뭔가를 털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구속된 이택돈 전의원이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해 수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사건해결의 「노루목」은 잡고 있으나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해 답보상태에 빠진 수사를 방증해주고 있다.
검찰은 3일 하오까지도 『그동안 자료검토로 이 사건의 배후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을 파악했다』며 이택돈 전의원의 구속만기일인 오는 15일까지는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사가 벽에 부딪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김용남씨등의 소환진술에서 드러난 사용자금의 극미한 차이에 주목,이같은 상이점을 토대로 자금출처와 배후를 다시 원점에서 규명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검찰은 5일 자진출두 의사를 밝힌 이택희 전의원과 10일 귀국예정인 이승완 전호청련총재(53)의 진술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철언 당시 안기부장 제2특보가 최근언론을 통해 자신의 개입설을 부인하면서 안기부의 개입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점을 중시,현국민당의원인 박전 특보의 소환도 고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은 『수사진척에 따라 당시 사건 관계자는 물론 필요하다면 그외의 인사도 소환하겠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안기부가 개입했다는 연결고리를 파헤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열쇠를 쥐고있는 이택돈 전의원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박전특보가 「물귀신 작전」을 구사,「폭탄선언」을 할 경우 현정국에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위」를 조절,이전의원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매듭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박희순기자>
1993-03-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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