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주모자·목적 “오리무중”/「뉴욕무역센터사건」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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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02 00:00
입력 1993-03-02 00:00
◎현장서 단서될만한 유류품 발견못해/테러가능성 높으나 범행단체 아리송

세계의 심장이라 자부하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대형 폭발사건이 터진지 사흘이 지났으나 이 사건이 누구의 소행이고 목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진게 아무것도 없어 미스터리가 되고 있다.

미국연방수사국(FBI)과 뉴욕경찰은 지난달 28일 하오 이 사건이 시중에서 어렵지않게 구할수 있는 다이너마이트에 의한 폭발사고였다는 사실만 확인했을뿐 다른 수사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세계무역센터는 잘 알려진대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1백10층짜리 쌍둥이 빌딩으로 여기에서는 자그만치 5만5천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다 옥상전망대를 오르내리는 관광객만도 하루 수만명을 헤아리는 세계최대의 복합건물.건물의 크기만이 아니라 미국의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금융기관이 다 몰려 있는 세계금융의 중심지다.우리나라만도 대우 럭키등 7개 증권사와 대한투자신탁 럭키화재등 9개 금융회사가 입주해 있고 인원도 54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거대한 건물에,그것도 사람왕래가 가장 많은 점심시간에 이런 사고가 날수 있다면 미국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볼수 있다.지난 1월 수도 워싱턴DC 교외의 CIA본부 정문에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2명사망 3명중상)의 뒤끝이라 수사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 사건의 수사에 진전이 없는 까닭은 우선 사건현장에서 단서가 될만한 유류품을 발견하지 못한데 있다.알루미늄 포장트럭에 다이너마이트를 싣고 들어가 폭발시킨 것으로 추정될뿐 폭발위력이 너무 컸기 때문에 단서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건의 규모로 보아 폭탄테러 일 가능성이 가장 큰데 테러의 주모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도 미스터리다.테러란 목적이 분명하기때문에 일을 성공시킨 다음 누가 왜 했다는 것을 선전하게 마련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나서는 주체가 없다.

마리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28일까지 38건의 전화가 수사기관등에 걸려왔으나 단서가 될만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그 가운데 하나가 「세르비아 해방전선」을 자처한 것이었다.이 전화는 미국이 보스니아 지역에구호품공수를 시작한 이후여서 수사요원들을 긴장시켰으나 곧 신빙성이 약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미국의 구호품 공수가 보스니아 회교도들만을 위한것이 아닐뿐아니라 미국안에 있는 세르비아계 단체들도 즉각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생각하는 실직자등 개인적으로 원한을 가진 사람의 보복행위로 원래 의도보다 사건이 너무 커져버린 경우이다.똑같은 폭발물이라도 지하에서는 지상보다 최고 10배까지 폭발위력이 커진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이 사건은 지하2층에서 일어났다.

러시아 프랑스등지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각종 테러들과의 연관성도 현재로선 찾기가 어렵다는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5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됐으며 1천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이 사건은 인명피해의 규모도 규모려니와 세계무역센터에서 백주에 일어났다는 상징성 때문에 미국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것 같다.미국에 안전한 곳이 과연 있는가 하는 불안감이 미칠 파장이 걱정인 것이다.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적지아니 신경을 쓰고있다.쿠오모 지사는 즉각 『이번 사건으로 우리 모두가 폭력앞에 노출돼 있다는 불안감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뉴욕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치안에 불안을 느껴 세계의 기업들이 뉴욕을 빠져나가게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정치가다운 기민성이라 할 수 있다.<뉴욕=임춘웅특파원>
1993-03-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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