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지역분쟁 개입에 새 전형/클린턴 보스니아대책의 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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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12 00:00
입력 1993-02-12 00:00
미국이 10일 유고 지역의 내전 종식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한 것은 새로 출범한 클린턴행정부가 국제분쟁에 임하는 기본방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니고있다.
이날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문제에 대한 미국 정책의 핵심은 국제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서만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보스니아내 세르비아측과 보스니아 회교도측이 내전종식협정에 합의한뒤 이의 준수를 담보하기위한 평화유지군으로서만 미군부대를 파견한다는것이다.
이는 내전 쌍방이나 어느 일방에게 내전종식협정을 강요하거나 어느 일방을 징벌하기위해 군사력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서 역시 군병력을 파견하는 다른 우방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군사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날 크리스토퍼장관이 밝힌 6개항의 방침은 ▲세르비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강화 ▲모든 내전당사자들에 대한 폭력중지촉구 ▲유엔이 보스니아상공에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의 강력한 준수 ▲모든 분쟁은 보스니아,세르비아,크로티아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을 추구하는 것등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장관은 비행금지구역을 실행하기위해 미국의 공군력을 사용할것인가하는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했다.이는 미국이 보스니아에 대해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군사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드러낸것이다.이같은 입장은 이라크의 남부와 북부에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지키기 위해 공군력을 동원한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있다.이것은 물론 내전의 성격이 복잡하고 지형상 군사작전이 매우 어려운데다 지난 3개월동안 보스니아상공에 세르비아공군기가 4백여차례나 비행했으나 보스니아 회교도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한번도 없었다는 점등이 고려된 것으로 볼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같은 제한적 군사개입은 클린턴행정부가 앞으로 대외문제에 있어 미군사력을 사용할때 하나의 전형으로 정착할가능성이 매우 높다.공산주의의 붕괴와 냉전시대의 종식에 따라 미국은 세계 유일의 군사강대국이 되었지만 아무렇게나 국제경찰역을 도맡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클린턴대통령은 이와 관련,『미국민들은 보스니아사태에 대해 미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되 군사력은 신중하게 사용할것을 바라고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크리스토퍼장관은 회견에서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니며 무력분쟁이 있는 곳마다 미군을 개입시킬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미국이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미군파병등을 밝힌것은 이른바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라는 잔학행위와 보스니아 내전등으로 지난 11개월동안 1만8천명이상이 사망하고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사태에 대해 더이상 세계의 지도적 국가로서 방관할수만은 없었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민주주의의 신장,인도주의적 지원,소수민족의 생존권 보장등 미국이 추구하고있는 이념을 스스로 외면할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클린턴행정부가 보스니아 내전의 협상에 개입하기위해서는 실질적인 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또한 내전 당사자간에휴전협정의 분위기가 성숙되고있어 더이상 머뭇거리면 실기할가능성도 있다.따라서 미국은 때맞추어 사태개입 입장을 밝히고 나선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등의 협상중개노력이 주효해 휴전협정이 체결된 뒤 미군의 파병형태와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있으나 파병형식은 NATO의 일원이나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이 될것으로 보인다.NATO군이 보스니아에 4만명쯤 주둔한다면 미군은 5천∼1만명선에 이를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이날 미국의 정책발표와 관련,주목되는 것은 보스니아의 잔학행위에 책임이 있는자들에 대해 전범재판을 추진하고 보스니아를 하나의 국가로서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대목이다.크리스토퍼장관은 『클린턴대통령이 「전범재판」을 추구하고있으며 미국은 보스니아문제의 항구적인 해결책으로 보스니아가 하나의 국가로서 창설될수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보스니아를 10개의 자치구역으로 분할하여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유엔협상안(밴스오웬안)과 맞물려 앞으로 그 윤곽을 보다 구체화하게될 전망이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3-02-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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