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자산으로 축적하는 연구도 필요/김재설(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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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09 00:00
입력 1993-02-09 00:00
5공 때의 국제수지 흑자가 적자로 반전되고 우리 수출품이 국제시장에서 열세에 몰리자 국민의 관심이 과학 기술에 쏠리고 기술 진흥만이 살길이라는 공동의식이 모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GNP의 몇 %를 과학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이렇게 저렇게 연구를 활성화 하겠다는 정책이 신문지상에는 요란하지만 연구 제일선에 투입된 연구원이 직접 느끼는 개선은 아직까지 아무 것도 없다.
최근에는 더욱 연구비에 기업체 참여를 조건으로 달아 놓아 연구책임자들은 기업체 들락거리기에 발이 닳는다.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선뜻 기술투자에 나설 기업체,그것도 중소기업을 찾는다는 것이 어디그리 쉬운 일인가.우리의 경쟁력 제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해야한다는 당위성에 공감은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기업체 특히 중소기업이 투자하는 경우 이 연구에서 실패란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이다.어렵게 연구비를 대준 기업체가 어쩌면 이 실패 한 번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중압감에 연구원이 선택할 수 있는 과제란 안전한 것,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것일 수 밖에 없고 그러자니 외국에서 이미 성공한 기술이 아니면 그 모험을 감내할 수 없다.
기업체는 돈을 버는 곳이고 따라서 그 속성대로 사회적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는다.연구가 시작되기 무섭게 결과를 요구하기 일쑤이고 무조건 거절만 할 수 없는 연구원은 매스컴에 침소봉대되어 동원되는 낯 뜨거운 경험에 과학자로서의 양심적 고뇌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연구에 성공해 보아야 그 기술은 국제시장에서 2등이면 다행이고 1등 아니면 낙제인 기술 경쟁에서 우리의 것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아무 것도 없게 마련이다.연구란 성공 보다는 실패가훨씬 더 많은 법이다.성공도 연속된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난 뒤에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지 과학기술은 단번에 성공할 수 있는 요술이 아니다.
결국 실패해도 좋은 연구,그래서 실패를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는 연구도 해야 한다.그래야만 분명히 우리것인 기술,그리고 그것으로 외국에서 개발된 기술과 대등하게 교환될 수 있는 기술을 우리도 가질 수 있게 된다.연구비를 쉽게 확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당장의 결과에 초연 할 수 있는 연구비도 많이 마련해야 하며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할 수 밖에 없다.<한국에너지기술연 산업응용분야 책임자>
1993-02-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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