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서 정치주도권 장악 속셈/「미야자와 독트린」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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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1-17 00:00
입력 1993-01-17 00:00
◎아세안경협도 강조… 경제패권 유지의지/“「대동아공영권」 부활 아닌가” 주변국불안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가 16일 발표한 「미야자와 독트린」은 일본이 냉전이후 동아시아질서에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안보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미야자와 독트린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치·안보적 차원의 대화증진과 일본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냉전후 일본의 아시아·태평양정책을 처음 밝힌 미야자와 독트린의 이같은 청사진은 일본이 국제환경의 역사적 전환기를 이용,정치·안보면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저의가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야자와 독트린은 『아·태지역의 안보를 위한 장기적 비전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그의 지론인 아시아판 「집단안보체제구축」을 제의하고 있다.미야자와 독트린은 또 아시아에서의 미국 존재의 중요성과 미일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정치·안보면에서의 역할증대와 함께 경제면에서의 영향력유지를 위해 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경제협력도 강조하고 있다.일본은 이미 경제원조와 높은 기술력을 배경으로 아시아시장을 지배하고 이 지역을 일본경제의 생산기지로 만들었다.일본은 또 인도차이나반도 「지배」를 위해 캄보디아 재건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베트남의 엔차관 재개결정과 함께 베트남진출을 적극화하고 있다.미야자와 독트린은 더욱이 「종합적인 인도차이나 개발을 위한 포럼」을 제의하고 있다.

일본이 이같이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며 정치·안보면에서의 역할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축적한 경제적 힘을 정치·안보적 영향력으로 전환시키려는 외교전략이라 할수 있다.

미야자와총리의 이번 아세안 순방과 미야자와 독트린 발표는 이러한 외교전략의 구체적인 행동중의 하나이며 경제가 중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일본의 국제적 지위와 발언권이 크게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야자와총리의 아세안순방은 또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이루어지고 있다.일본은 빌 클린턴 차기정권의 아시아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냉전의 잔재가남아있는 아시아의 미래상이 불투명한 가운데 이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더욱이 「미국과 대등한 관계유지」를 천명하는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야자와 독트린은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가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이는 아시아주변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 할수 있다.그러나 일본은 이미 군사대국화가 되어 있다.일본의 군사력 증강및 해외파병과 정치적 역할 증대는 아시아국가들을 불안케하고 있으며 과거 아시아침략을 「합리화」하려 했던 「대동아공영권」발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경계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군사적 팽창주의에 제동을 거는 모든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헌법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일본은 과거청산은 뒤로 미룬채 아시아 패권장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미야자와 독트린은 전환기적 시대상황을 활용,일본의 아시아전략이 새로운 차원으로 바뀌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도쿄=이창순특파원>
1993-01-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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