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야생여우/서부는 낙원 북부는 연옥(특파원코너)
수정 1993-01-11 00:00
입력 1993-01-11 00:00
미국 서부지역에서 야생 여우를 볼 수 없게 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록키산맥 서부지역인 몬타나 아이다오 워싱턴 등에서 최근 주정부 지원아래 어떻게 여우의 번식을 늘리느냐에 골몰하고 있다.반면 알래스카주에서는 반대로 어떻게 하면 여우 수를 줄이느냐로 머리를 싸매고 있어 대조적이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엘로 스톤을 안고있는 몬타나등 여우번식을 늘리려는 주들은 여우번식을 위해 캐나다에서 서식하고 있는 여우를 들여오기 위해 구체적으로 기술적인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다.본래 여우가 많이 살았던 이들 지역에서 여우가 사라지게 된 것은 여우의 폐해가 많아지면서 대대적인 여우사냥을 통해 씨를 말렸기 때문이다.
여우는 이들 지역의 가축들에 큰 피해를 입혔던 것이다.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들의 서식에도 문제가 많았다.여우가 먹이동물들을 마구 잡아먹은 것이다.그런데 여우사냥으로 여우가 사라지자 이제는 다른 폐해가 발생했다.
여우가 자취를 감추자 고라니수가 급격히 늘어났다.3년전엔 굶주린 고라니떼가 엘로 스톤 부근의 한 마을을 공격해 가축을 모두 휩쓸어 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고라니의 먹이동물들이 남아나지 않은 것도 물론이다.
한편 알래스카주의 수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통한 여우사냥을 허가했다.여우수를 줄이려는 목적에서이다.약 7천마리의 여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래스카에서는 이들 여우떼 때문에 아름다운 순록과 무즈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알래스카와 록키산맥 서부지역이 공히 자연의 균형을 위해 여우를 이용하려하고 있는 것이다.비록 목적은 정반대이긴 하지만.
그러나 양쪽이 다 또다른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여우사냥 계획이 발표되자 알래스카 주정부에는 수많은 편지와 팩스밀리를 통한 항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여우살륙을 강행하면 알래스카 관광을 취소하겠다는 「협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관광수입이 적지않은 알래스카주로서는 이들 항의를 결코 외면할 처지가 아니다.견디다 못한 월터 힉켈 주지사는 지난주 여우를 죽이는대신 다른주로 실어다 버리는 방법을 고려하겠다는 이례적인 발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우를 들여오려는 서부주들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고라니떼를 줄이고 관광자원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여우번식은 권장할만한 것이나 목축업을 하는 농장주들이 기를 쓰고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여우가 늘어나면 기르는 가축보호가 어려워지는 목장주들이 이를 방관할리 만무한 것이다.
여우번식 주창자들은 고심끝에 목장주들과의 타협안으로 여우에 희생당한 가축을 시세대로 보상해주는 방법을 고안해냈으나 목장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리 없다.보상을 받는 문제도 번거로울 뿐 아니라 여우의 공격이 자자지면 가축들의 성장에도 문제가 있게 된다.또 여우의 피해를 사전에 막자면 방대한 보호시설이 필요하게 되고 관리인력 또한 늘려야 한다.
여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해 1월 패어뱅크스에서 열릴 「여우회의」의 결과가 주목된다.<뉴욕=임춘웅특파원>
1993-01-11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