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의 허실(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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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1-11 00:00
입력 1993-01-11 00:00
14대 대통령선거 출마자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과 민주당소속 초선의원 12명이 자진공개한 정치활동 비용을 다룬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아주 흥미롭다.지난해 온 나라를 들뜨게 했던 대통령선거전의 공식 지출내역서인 전자의 경우 1,2단짜리 작은 기사로 취급된 반면 일부 야당의원의 비공식 정치비용 명세서에 불과한 후자에 대해서는 해설까지 곁들여 대대적으로 소개했다.실제 사용액보다 축소·신고된 것이 분명한 선거비용에 대한 강한 회의와 불신,그리고 이와는 달리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분전하고 있는 초선의원들에 대한 격려와 기대가 그런 대조적인 보도를 낳은듯 싶다.

어느 사설 경제연구소의 추정에 의하면 지난 14대 대통령선거에 소요된 경비는 직접 비용만도 8천4백억원에 달한다.정치권의 추정치는 이만 못하지만 그래도 4천억∼5천억원은 상회하고 있다.그런데 놀랍게도 8명의 대선출마자와 소속정당이 신고한 선거비용은 고작 7백64억원에 지나지 않는다.선관위가 공시한 선거비용 제한액 3백67억원에 대비할 경우 민자당은77.6%,국민당은 60%,민주당은 56.5% 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다른 군소후보들도 모두 제한액 범위내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돼있다.

아마 이 신고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선거때 보도에 따르면 모당의 경우 1개 지구당에 억대의 활동비를 수차례 내려 보낸것으로 돼있어 전국적으로 그것만 합해도 간단히 1천억원을 뛰어넘기 때문이다.게다가 각종 사조직등에 투입된 비용을 포함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천억원의 선거비용이 소요됐으리라는 건 쉽게 짐작을 할수 있는 일이다.

물론 후보자나 정당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지구당에 내려보낸 경비는 선거기간 중이라도 통상적인 정당활동비로 간주할수 있으므로 구태여 선거비용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중앙선관위는 실제 선거비용을 밝혀내기 위해 실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구분하기 어려운 법적 맹점이 해소되지 않는한 회계장부를 상대로 한 이 실사가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1993-01-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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