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세관 X­레이 판독원 양미숙씨(이런자리 저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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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1-07 00:00
입력 1993-01-07 00:00
◎24시간 밀수감시 “공항 파수꾼”/X­레이 흑백영상만으로 털­가죽 판별/밀수수법 갈수록 교묘… “초긴장의 연속”

「공항의 파수꾼」­김포세관 감시과 X레이 판독요원을 두고 주변에서는 이렇게 부른다.나라의 관문을 지키는 베테랑급 수문장들이 모여 24시간 밀수감시의 시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업무는 오직 X레이 투시기만을 지켜보며 온갖 밀수품을 찾아내는 것.

아무리 교묘하게 위장된 물품도 노련한 판독요원들 앞에서는 감출 수 없는 밀수품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83년부터 이 일을 맡아온 양미숙씨(32·8급·일반관세직)는 흑백으로 나타나는 X레이 투시기의 영상만 봐도 내용물을 한눈에 알아버린다.

그녀의 근무생활은 겉으로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새벽 6시에 시작돼 밤10시까지 이어지는 긴장의 연속이다.

하루 1천5백건에 이르는 승객들의 짐속에서 밀수품을 찾아내야 하는데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갖가지 밀수수법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기에 긴장은 더하다.

하루종일 투시기화면만을 쳐다보면 눈이 쉬 피로해지고 운동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어려움도 뒤따른다.

『밀수를 적발해내는 경우는 90%가 정보에 의존하고 X레이 투시기는 나머지 10%를 찾아냅니다』

우리의 경우 아직 흑백투시기에 의존하는 탓에 내용물의 형태,흑백의 짙고 옅은 정도가 겨우 판독의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쌓은 「감」이 감시요원들의 주무기이다.

은박지속에 다이아몬드를,사탕봉지속에 보석을,전기다리미속에 금괴를,가방의 이중장치속에 물품을 숨기더라도 그 감으로 판별해낼 수가 있다.

심지어 화면에는 비슷한 옷으로 나타나도 밍크와 무스탕을 구별할 수가 있어야 하며 대부분 그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다.

감시요원들의 근무장소는 승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출국장과 화물수송용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된 램프장으로 하루씩 번갈아 일한다.

출국장에서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지낼수 있어 그런대로 괜찮지만 램프장에서의 하루는 무척 외롭고 고되다.

아무도 없는 1평 남짓한 공간에서 X레이 투시기만이 유일한 벗이기 때문이다.

격일제로 근무하는 양씨는 하루는 주부로,또다른 하루는 판독요원으로 일하는 1인2역을 해내고 있다.

직장에서는 10명의 판독요원을 거느리는 조장으로 후배들의 고충을 함게 나누는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녀는 일단 X레이 화면에 이상이 나타나면 세관 심리직원에게 무전으로 연락한다.

그래서 한건 적발하게 되면 그 보람으로 하루의 피로도 말끔히 씻겨진다.

반면 온갖 해괴한 수법으로 밀수를 하려다가 들통나는 사례들을 볼때마다 『저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허탈감에 젖기도 한다.<박대출기자>
1993-01-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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