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살상무기(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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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1-07 00:00
입력 1993-01-07 00:00
「악의 제국」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결되면 세계는 보다 평화로워질 것으로 기대되었었다.공산권의 개혁·개방에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그때문이다.모든 나라가 화해와 협력속에 공존·공영하는 세계.그것을 달성은 못해도 좀더 가까이 갈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것이 세계의 기대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는것이 아닌가.의문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요괴대신 부활한 민족주의와 국익지상주의라는 새요괴가 냉전시대 이상의 대립·갈등을 조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그것들은 양차세계대전을 유발한 요괴들이다.세계는 2차대전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워 지고있는 지금이다.

지난45년은 이데올로기가 민족주의를 억제한 냉전적대결의 평화시대였다.핵이라는 절대무기가 그것을 보장해주는 수단이기도 했다.이제 그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핵무기도 폐기되어 가는 세기말의 역사적 전환기가 진행중이다.다시한번 세계는 보다 평화로워질 것인가 아니면 더소란스러워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민족주의의 부활과 핵감축은 역설적으로 전쟁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러시아와 함께 핵감축을 추진중인 미국이 「비살상무기」란 생소한 이름의 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불길한 징조로 들린다.인명·재산의 피해없이 적을 무력화시켜 전쟁목적을 달성할수 있게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하고 있다.

레이저와 초저주파,초강력 부식및 접착제,컴퓨터 바이러스등을 이용한 이들 무기는 적의 탱크를비롯한 각종 차량과 항공기및 선박은 물론 화기·병력등을 파괴 살상치 않고 간단히 무력화 시킬수있을 뿐아니라 도로·공항의기능도 정지시킬수 있다는것.대양파괴와 살상없는 인도주의적(?)전쟁을 할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핵과는 정반대다.탈냉전시대에 걸맞는 신무기란 찬사도 있다지만 전쟁용 무기임엔 틀림없다.인간으로 하여금 「전쟁을 해도 모두가 끝장」은 아니란 생각을 다시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1993-01-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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