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독신추방” 범국민운동(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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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1-04 00:00
입력 1993-01-04 00:00
◎새해들어 정부·사회단체 대대적 전개/학력별로 배우자 알선기구 설치/1년간 수천쌍 「짝짓기」작전 돌입

높은 생활수준에도 불구하고 독신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싱가포르가 새해들어 대대적인 「독신추방운동」을 선포하고 나섰다.

「독신은 인생을 절망적이고 추하게 만든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독신추방운동에 나선 싱가포르정부는 모든 정부기관과 단체를 동원,올 한햇동안 수천쌍의 부부를 만들어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정부는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를 대졸자,중졸이상,국졸자등 학력별로 구분해 이들의 배우자알선을 전담하는 기구를 설치했다.

정부가 마련해 놓은 계획을 보면 대학졸업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사회개발단」(SDU)을,중졸이상자는 「사회개발과」(SDS)를,또 국졸자나 무학력자를 위해서는 「사회증진과」(SPS)를 두어 미혼남녀가 자신이 원하는 기구에 상담을 의뢰,구체적으로 배우자를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외에도 각 부처별로 사회개발사무실을 별도로 두고 있다.

물론싱가포르정부의 이같은 독신추방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 84년 이광요전수상은 독신생활을 막기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회개발단」을 처음 만들어 그동안 미혼남녀짝지어주기운동을 계속 전개해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동안 2만6천쌍의 미혼남녀들이 짝을 이루는데 성공했다.그러나 그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난 90년 미혼남녀숫자를 보면 10년전보다 3배가 늘어난 약 8만명에 이르며 현재는 10만명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독신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이 급증한 미혼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산하에 있는 3개단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독신추방운동에 온힘을 쏟고 있다.이들단체가 지금까지 결혼하기를 원하는 회원모집에 나서 모두 약 5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데,이들에게 짝을 지어주는 일만 남은 셈이다.

이들 단체들이 모집한 회원을 단체별로 보면 「사회개발단」이 1만 3천여명,「사회개발과」도 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그외에 「사회증진과」도 1만여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해 두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같은 짝짓기추진기구를 이용,많은 젊은 남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제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으로 결혼하게 되면 싱가포르개발은행을 통해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혜택까지 부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정부당국은 이처럼 독신을 선호하던 젊은 남녀들이 최근들어 정부기관의 주선등의 영향을 받아 결혼을 하는 쪽으로 맘을 돌리고 있는 것은 본디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대다수의 싱가포르 남성들이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뀐데다 구직에 대한 열의만큼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같은 시책에 각기업들도 상당한 호응을 하고 있다.각기업체는 금년 3월부터 사내에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정부산하의 3기구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기구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 주고있다.

이같은 정부의 짝짓기운동이 금년 한햇동안 얼마나 많은 결실을 맺게 될지는 알수 없는 일이지만 하여튼 이같은 짝짓기운동이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를 몰고온 성장제일주의 개발정책이 빚은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주병철기자>
1993-01-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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