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수다와 광통신(컴퓨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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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31 00:00
입력 1992-12-31 00:00
할거주의와 경쟁의식이 대화를 차단한다.이러한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여 「대화부족」현상이 심각하다.심지어 가정내에서도 부부간,부자간의 대화마저 잘 이루어지는 곳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그래서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평소에 주장하고 있는데 「남자가 너무 수다를 떨면?」이라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대화란 두사람 이상이 서로 통신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35년전에 군에서 복무할때 쓴 야전용 전화를 기억한다.말할 때는 입에 대고 말하고 들을 때는 귀에다 대고 듣는 동그란 전화였다.소대본부나 중대본부에 전화를 해서 연락했었다.이것을 단방향(모노플렉스)통신이라고 한다.오늘날 우리가 쓰는 전화처럼 송신하는 동안에도 동시에 수신도 되는 것을 쌍방향(듀플렉스)통신이라 한다.쌍방향 통신에는 반이중과 전이중의 2가지가 있는데 각각 하프듀플렉스,풀듀플렉스라고 한다.앞의 것은 예를 들면 수다쟁이와 말더듬이의 대화와 같은 것이고 뒤의 것은 수다쟁이끼리 서로 양보하지 않고 수다를 떠는 대화라고나 할까.

한국사람의 대부분은 대화를 할때 「문장단위」로 하는 것 같다.상대방의 말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의 말을 하는 식으로… 점잖고 좋지만 정보통신량이 많지가 않다.

일본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단어단위」로 하는 것 같다.상대방의 말에서 매단어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이하이」하고 한다.그러니까 정확하게 정보통신이 되는 것 같다.

수다쟁이 미국인들은 「풀듀플렉스」로 대화하는 것 같다.한번은 옆에 있는 미국여인 두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엿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아주머니들은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 할 말을 계속 지껄여대는데 문장단위나 단어단위가 아니라 수신기와 송신기를 동시에 가동시킨다.놀란 것은 그래도 서로가 무엇을 말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통신속도도 빠를 뿐 아니라 쌍방향이라 정보통신량은 비교도 안될 만큼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는 교훈이 있어서인지 남자들은 도무지 대화를 잘 못하는 것 같다.서투른 말솜씨가 쑥스러워서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그래서인지 대화의 솜씨는여성쪽이 더 나은 것 같다.좀 수다스럽기는 해도 수다란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남자도 좀 수다스러우면 어때? 대화를 잘 진행한다면 아주 좋은 일이 아닐까? 대화에서 사랑과 이해가 생겨나는 것이다.

귀엽게 생긴 아가씨가 시계를 보면서 초조히 누구를 기다린다.한 청년이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그 아가씨에게 눈을 찡긋 윙크를 한다.아가씨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고 얼굴색이 환해진다.윙크도 훌륭한 광통신에 의한 훌륭한 대화이다.
1992-12-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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