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통상정책/집권초 온건노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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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27 00:00
입력 1992-12-27 00:00
미국의 클린턴 다음행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을 미키 캔터무역대표부(USTR)대표의 임명을 통해 읽기는 매우 어렵다.클린턴의 선거운동본부장을 지낸 올해 52세의 변호사 캔터는 대외통상문제에 별 경험이 없는데다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일이 없기때문이다.
그동안 클린턴행정부의 통상정책은 겉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국익최우선주의국내기업보호주의를 강하게 실천하는 것으로 짐작돼 왔다.따라서 대외무역에 관한 협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무역대표부의 총수는 이같은 원칙을 강력히 집행할 중량급 무역전문가나 대외통상강경파 가운데서 임명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클린턴이 캔터를 무역대표로 지명함으로써 클린턴행정부의 구체적인 통상정책방향이 다소 모호하다는 인상과 함께 적어도 집권초기에는 온건한 노선을 취할것이라는 관측을 낳게했다.
클린턴행정부 아래서 캔터대표는 통상업무에 대한 지식의 유무를 떠나 내년초부터 적어도상반기까지는 몇가지 당면통상문제에 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한다.이를테면 2년남짓 끌어온 우루과이협상을 완결해야하고 멕시코및 캐나다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보완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또 점차 무역전쟁의 기미를 보이고있는 철강수입및 관세보복문제 그리고 미국의 최대무역적자국인 일본과 중국에 대한 대응조치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클린턴은 무역분야의 「문외한」인 캔터를 무역대표에 기용하는 자리에서 『완벽한 협상기술과 뛰어난 정치감각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이 요구되는 이 자리에 나의 훌륭한 친구이자 신뢰할수 있는 조언자 캔터를 지명한다』고 밝혔다.사실 선거운동본부장으로서 클린턴대통령만들기에 1등공신으로 치부되어온 캔터는 정권인수위발족때만 하더라도 인수총책임자를 맡거나 아니면 백악관비서실장으로 내정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카터행정부시절 법률용역회사의 이사로 힐라리 클린턴과 함께 일했고 국무장관내정자인 워런 크리스토퍼를 클린턴진영으로 끌어들인 것도 바로그였다.로스앤젤레스(LA)의 법조계를 누비던 그가 역시 LA지역의 막강한 변호사였던 크리스토퍼를 클린턴에게로 오도록 한 것이다.
그는 지난 14·15일 클린턴이 주재한 「경제지도자회의」를 성공적으로 조직,운영함으로써 수완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해 선거공신으로서 논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캔터무역대표의 지명에서 유추할수 있는 클린턴행정부의 대외통상정책 방향은 3가지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국무부의 국가안보적 시각과 무역대표부의 미국기업이익보호주의가 항상 같은 궤도위에서 운행할 것이라는 점이다.크리스토퍼국무장관과 캔터대표와의 절친한 관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캔터대표의 경제정책적 색깔은 변화보다는 보수쪽이 강하지만 정책의 최종결정은 클린턴대통령 자신이 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감안할때 무역대표의 개인적인 성향이 무역정책방향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캔터가 관계하고 있는 법률회사는 일본의 전자재벌,NEC와 싸이프러스및 자마이카정부의 공식에이전트로등록이 되어 있지만 그의 새 직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이런 점들이 고려될것 같지는 않다.
셋째로 클린턴은 새 행정부 내각의 팀웍은 물론 외교·경제등 팀별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통상정책의 방향이 캔터보다는 미국경제재건 이론가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예를 들어 하버드대 교수출신의 로버트 라이시노동장관 내정자라든가 버컬리대 교수출신의 로라 타이슨 백악관 경제자문회의의장 지명자의 건의가 상당히 먹혀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출범초기에는 교섭상대국을 급격하게 「공정무역」의 회초리로 몰아가지는 않겠지만 시행과정에서 국내기업보호의 색채를 갈수록 강하게 띠게 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2-12-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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