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색깔론」 대응/유민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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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23 00:00
입력 1992-12-23 00:00
민주당의 김대중전대표가 전례없이 매스컴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은 패배를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돌리고 진퇴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모든 평가를 역사에 맡기고』홀연히 정치무대를 떠남으로써 큰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사정이야 어떻든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이기택대표체제를 그대로 유지시키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라고 여겨진다.당권경쟁을 지양하고 당의 단합된 모습을 다시 국민앞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 명의로 낸 성명서를 보면 민주당이 진정「거듭나려는」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성명은 『민자당이 소위 색깔론적 용공몰아붙이기를 자행,대통령만들기에 이를 도구화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민자당이 분명한 태도를 밝힐 때까지 이 문제를 추궁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더 나아가 성명은『제1야당이요 8백만표 이상 표를 획득한 민주당이 용공이라면 정치적·법률적으로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반드시 시비곡직을 가려야 한다』『만일 이것이 대통령당선을 위한 정략에서 억지로 조작되었다면 국민앞에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굳이 따진다면 민자당측에 「공격」의 소지를 준 쪽은 민주당이다.민주당은 선거기간중 공조직도 아니요 그렇다고 사조직도 아닌「전국연합」을 끌여들였고 이를 시발로 소위 색깔논쟁이 가열됐다.초반의 조용한 선거에서 각당의 세불리기·청중동원등의 구태가 연출되기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어떤 인사들은 정책 연합으로 『1백50만표를 끌어 모았다』며 과대포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연합」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의 의혹을 산 것 또한 사실이다.

한때 여론에 밀리자 민주당은『우리당의 정책하고 일치된 것만 받아들였다』『안기부의 완전해체는 안되고 미군철수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해 국민을 잠시「혼돈」에 빠지게도 했다.

더번 선거기획에 참여한 당내 상당수의 인사들은 DJ플랜이란 온건론을 표방하면서도 한편으로 「전국연합」과 연대한 것을 선거패배의 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자리에서 다시 「색깔」을 따지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분명한 것은 민주당은 자신들의 판단 잘못으로 선거를 그르쳤다는 반성을 먼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정책연합」에 대한 비난이 과연 음해·흑색선전이었는지 아닌지는 엊그제 국민들의 심판으로 판가름 나지 않았는가.

민주당은 냉정하게 자신들을 돌이켜 보고 조용하게 패인을 분석하면서 허탈감에 빠진 당원들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하고 책임소재에 걸맞는 당체제정비를 먼저 서둘러야한다.

정치적 공세를 편다해서 선거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사사로운 정치공세는 정책을 재검토하고 논리적 대응력이 키워질 때 그때가서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자세만이 김전대표의 「떠나는 정신」에 조금이나마 부응하는 길이며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8백만 지지자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다.
1992-1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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