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어로 기승… 연근해어장 메말라간다(심층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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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14 00:00
입력 1992-12-14 00:00
◎고질적 남획 실태와 대책을 알아보면…/저인망 어선 등 3천7백여척 설쳐/3중자망까지 설치… 양식장 망치고/잠수장비 동원,어패류·치어 훑기도/어선,허가제로 바꾸고 어구단속 강화를/불법어획물 위판방지 등 제도개선 시급

전국의 연근해어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어로행위를 뿌리뽑을 방책은 없는 것일까.최근 이같은 만성화된 불법어로로 연안어장에는 어패류는 물론 치어까지 고갈돼 어민들이 만선(만선)의 꿈을 잃은지 오래이다.특히 어패류의 성어기인 요즘 동남해안과 서남해안등 전국의 주요 연근해어장에는 고속엔진에다 어군탐지기·무전기등 첨단장비까지 갖춘 불법어선들이 밤낮없이 설쳐 무법천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지어 총기와 화염병까지 갖고 다니며 영세어민들이 땀흘려 가꾼 어패류 등을 강·절도하는 해적행위까지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본사 지방취재망을 통해 이들 연근해어장의 불법어로 실태와 문제점·대책 등을 알아본다.

▷실태◁

지난 10월말현재 전국의 연근해어장에서 불법어로를 하고있는 어선은 줄잡아 3천7백여척으로 추정되고 있다.이 가운데는 기선저인망어선이 1천6백여척,형망이 2백70여척,잠수기(스쿠버)가 2백40여척에 이르고 있다.

수산청은 지난 10월 한달동안 전국에 걸쳐 불법어로행위 단속에 나서 총3백78건을 적발했다.이를 내용별로 보면 무허가어업행위가 2백29건,허가사항 위반행위가 1백49건등이며 종류별로는 무허가 기선저인망어업이 32%인 1백32건,대형트롤어선등 중·대형어선이 28건으로 나타났다.

▷동남해안◁

부산과 경남연안에는 소형기선저인망어선등 1천여척이 불법어로를 하고있는 것을 비롯,일부 중형기선저인망어선(일명 고대구리)은 흉기를 소지하고 잠수부까지 동원,조직적인 어로작업을 하고있다.

이들 선박은 특히 야간을 이용,불법어로작업을 하고 있으나 어민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8일 화염병등 흉기를 싣고 다니며 가덕도일대 양식장에서 개조개를 강·절도하다 경찰에 붙잡힌 김개곤씨(36)등 일당 7명은 이 일대 연안어장에서 각종 불법어로를 전문적으로 저질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문에 경남 통영군연안에는 성어기를 맞은 요즘 어족이 멸종되는가 하면 어족회유를 막아 어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특히 한산면 죽림도 지선등 군내 1백40여개의 유·무인도연안에는 일부 영세어민들이 섬주위에 2백∼3백m에 이르는 3중자망을 거미줄처럼 설치해 놓고 어족의 씨를 말리고 있다.

또 인근 굴·우렁쉥이양식장 주위에도 3중자망을 설치,도다리·넙치등을 무분별하게 잡는 바람에 자망의 그물이 양식물수하연에 걸려 수확기를 앞둔 굴·우렁쉥이가 떨어져 수백만∼수천만원까지의 피해를 입히고있다.

이같이 경남일대에서 불법남획된 개조개등 패류와 우렁쉥이·낙지등 수산물은 수협위판장등을 거치지 않고 매매되고 있어 수산물유통체계마저 어지럽히고 있다.

통영을 비롯한 거제·고성등에서도 치어배양장에서 배양하는 어류가 광어등 1∼2종으로 한정돼 있어 어민들이 다른 어종을 충당키위해 자연산 치어를 남획하고 있다.

22척의 어업지도선이 있는 경남은 올해들어 10월말현재 5백93건의 불법어업행위를 단속,3명을 구속하고 1백44건은 어업정지및 허가취소를 했다.

▷서남해안◁

전남 신안지역 연안어장의 경우 병어·우럭·조기등 어장이 형성돼 있는 흑산면 다물도를 비롯,비금·팔금면등 연안어장에는 경남 삼천포등 외지선박들이 떼지어 몰려와 저인망을 이용,어패류와 치어를 남획하고 있다.

지난 10월초 전남 여천군 삼산면 거문도·나라도연안일대에 경남 충무선적 10t급 소형기선저인망어선 20여척이 몰려와 양식어종인 넙치·우럭·돔·굴·피조개등 어패류를 불법남획해 적발되기도 했다.또 외지무허가 잠수기어선과 무허가형망어선 80여척이 가막만·여자만연안에서 양식굴과 피조개등을 남획하면서 바다밑까지 마구 훑어 고기먹이와 서식처를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낮에는 콤프레서등 잠수장비를 이용하고 밤에는 바다밑에 집어등까지 설치,어패류를 몽땅 잡아가고 있다.

최근들어 여수·목포·신안등 전남연안에는 각 지역별로 한달평균 20건이상의 불법어로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이 잡은 어획물은 한해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해역은 부산·경남·전남등 타지방어선들이 몰려들어 불법어로를 자행,무법천지의 수역으로 변하고 있다.

연근해어장의 단속을 피해 이 일대에 몰린 무허가불법어선들은 어군탐지기·무전시설등을 갖추고 조기·낙지등 각종 어류를 닥치는대로 잡고 있다.

더욱이 이들 어선들은 고속엔진을 갖춰 발각되면 시속 20노트이상의 빠른 속도로 도주해 단속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북제주군의 경우 11월말현재 38건의 불법어업행위를 적발,12건을 구속조치했는데 이 가운데 71%인 27건이 타지방어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

불법어업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민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어민들의 어업질서에 대한 의식부족도 이같은 이유중의 하나다.

일부 어민들은 아직까지도 「수산자원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뿌리깊은 의식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또 연근해오염으로 어자원이 고갈돼 영세소형기선저인망어선 등이 합법적인 어업으로는 수지를 맞출수 없게되자 불법어로를 하고 있다는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중의 일반횟집에서 불법거래되고 있는 수산물을 즐겨 찾고 있는 것도 불법어로를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함께 현행 어선법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불법어구를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책◁

수산청은 날로 조직화·대형화되고 있는 불법어로를 효율적으로 단속하기 위해 인원과 장비를 늘리는 한편 해경과 보다 긴밀한 공조체제를 갖춰나가기로 했다.

이와함께 어업지도선을 더욱 기동화,현재의 10∼15노트에서 최소한 20노트이상으로 현대화하기로 했다.

수산청은 이를위해 올해 85억원의 예산을 들여 1천5백t급 어업지도선 2척과 시·도지도선 6척을 대체해 전국의 어업지도선을 총58척으로 늘렸다.

수산청은 이밖에 ▲연안 시·군수산과에 부정어로 지도단속을 전담할 단속계설치 ▲불법어구단속에 관한 비상조치법제정 ▲부정어구제작·판매·사용자의 처벌조항 강화 ▲부정어업이 심한 지역에 대한 지도선 상주등 지속적인 단속대책도 세워놓고 있다.

또 전문적으로 불법어로를 하고있는 어선에 대해서는 추적검거와 함께 시·도지사의 관할지역 책임단속체제를 강화키로 했다.수산청관계자는 불법어로행위를 줄이기 위해 『대어민 홍보교육을 강화하고 영세어민들에 대한 저리자금 장기융자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정리=정기홍기자>

◎당국자 의견/어촌계중심 어장개발 등 적극 지원/“남획은 결국 어민피해” 인식 심어야/정창세 수산청생산국장

『고질화되고 있는 연근해 불법어업을 근절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어민자신들이 어패류의 남획이 결국에는 어자원의 파괴를 가져와 자신에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수산청 정창세생산국장(59)은 어업질서를 확립하는 데는 불법어로에 대한 당국의 단속도 방법이겠지만 무엇보다 어민과 어민단체등의 자율적인 참여와 협조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국장은 이를 위해 앞으로 단위수협·어촌계등을 중심으로 공동어장·양식장등을 개발해 어민들이 전업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등을 해나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직화·대형화돼 상습적으로 불법어로를 일삼는 일부 어선들을 뿌리뽑기 위해 경찰등과 협조,추적을 게을리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정국장은 불법어로를 막기위해 ▲대어민홍보강화 ▲불법어업자에 대한 각종 지원배제 ▲불법어획물의 위판방지대책강구 ▲불합리한 제도개선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민들의 자율적인 어업질서확립을 유도하기 위해 어민들에 대한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을 비롯,수산관계기관및 단체와 언론매체등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어촌계를 중심으로 불법어업조절시범지역을 지정,각종 지원을 확대하고 매분기 마다 1회씩 상습적인 불법어획물 유통지역에 대한 불법어획물 위판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국장은 이와함께 전국의 78개 연안시·군에 지도단속계를 설치하고 이 가운데 단속인원이 부족한 24개 시·군에 단속인력을 증원시키는 것을 비롯,내년에 1천5백t급등 수산청지도선 4척과 7척의 시·도관할 지도선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홍>
1992-12-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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