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돈 썩는 냄새 역겹다(박갑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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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09 00:00
입력 1992-12-09 00:00
돌고 돈다 하여 돈이라던가.돈은 돌고 또 돈다.이손에서 저 주머니로.저 주머니에서 그 치마폭 속으로.빨리도 느리게도 돌고 어디든 간다.저승까지도.월명대사(월명대사)가 죽은 누이동생 제사 지내면서 「제망매가」(제망매가)를 지어 불렀더니 일진광풍이 제상에 얹어놓은 종이돈을 서쪽으로 날렸다는게 「삼국유사」(삼국유사)의 기록 아니던가.서쪽은 서방정토(서방정토)를 뜻하는 것.누이동생은 저승길 노잣돈을 챙긴 것이었으리라.지노귀새남(지노귀굿)에서 노랑·하양 종이돈 얹어놓고 돈전풀이 창송(창송)하는 것도 그 흐름이다.

돌고돈 돈은 돌고돈 사이 돌고돈 사람도 만들어낸다.돌고돈 과정의 현기증 때문일까.돈을 벌려면서부터 사람들은 돈다.거짓말하고 아첨하고 애교 부리고 울고 웃고 마침내 살인도 서슴지 않으면서.많이 벌어 놓고도 돈다.흥부의 형님 놀부같이.욕심 때문이다.욕심이 항심(항심)을 짓뭉개기 때문이다.못벌어놓은 흥부도 돈것은 마찬가지.매(장)품 팔아 돈 「벌어」오는게 어디 정상이던가.박 쪼개어 돈 나오자 『돈 돈 돈봐라』고춤출 때도 정신은 돈 상태였다고 할 것이다.

돈은 돈 사람들의 냄새를 전해 주는 능력도 지닌다.하기야 귀신도 부리고(유전가사귀),처녀 수염도 가져올 수 있는 무소불위(무소불위)의 능력을 지니지 않았던가.후한(후한)의 영제(영제)때 정치가 어지러워지자 매관매직이 성행한다.이 틈에 최열(최렬)이란 사내는 5백만금을 쓰고 사도(사도:삼공의 하나)가 되었다.어느날 그 아들 균(균)에게 자기에 대한 세평을 묻는다.아들의 대답­『세상에서는 비난이 자자합니다.아버지한테서 동취(동취:돈냄새)가 나는 때문입니다』

서양에도 이와 같은 부자(부자)간의 냄새 나는 얘기는 있다.로마제국 9대황제 베스파시아누스와 그아들 티투스가 주인공.계속된 정변 속에서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인두세(인두세)·통행세등 갖은 명목으로 세금을 짜내었다.그러고도 달리 더 짜낼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무릎을 친다.「기막힌 아이디어」는 「공중변소세」.어느날 그 아들에게 묻는다.

『어떠냐.곧 공중변소 이용하는 세금을 징수하려고 하는데』

『아이구 「아바마마」,이건 품위문제입니다.냄새도 나고요』

그러자 황제는 제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어 그 아들의 코에 갖다대었다.

『하지만 말이다.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 법이다』

이게 돈에 돈 사람의 행태.공중변소세에서 어찌 냄새가 안난다고 하겠는가.공중변소를 이르는 이탈리아어(vespasiana=베세스파시아나),프랑스어(vespasienne=베스파지엔)는 이 황제이름에 연유한다.

아침에 눈만 뜨면 물씬거리는 선거판의 돈 썩는 냄새.통탄스런 적폐의 되풀이이다.너무 역겹다.그 역겨움,「동취」가 당한다 하랴.「공중변소세」가 당한다 하랴.<서울신문 논설위원>
1992-12-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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