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그늘(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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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08 00:00
입력 1992-12-08 00:00
속담에 『큰집 잔치에 작은집 돼지만 죽어난다』는 말이 있다.선거통에 도무지 보통사람들의 삶은 간데가 없어졌다.서민으로서는 어느별나라의 기호인지 알기 어려울만큼 생소한 액수의 「비자금」따위가 신문지면을 꽉꽉 메우고,치열한 공방전이 난리 굿을 해대지만 정작 보통사람에게 절실한 것은 그런것이 아니다.

김장철은 되었는데 김장감들이 제대로 출하되지 않고 업자들의 농간에 서민만 골탕을 먹게 생겼지만 호소할 곳도 없는 형편이다.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세상의 모든 정보가 선거에만 가득차 있어서 시험 당일 무사히 시험이나 치러질지 불안할 지경이다.심리적인 안정을 갖추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갈 마음자세를 마련할 시기에 혼란과 불안을 겪는것은 결정적인 불이익을 만날수 있다.

이제 대목을 노리는 각종 민생사범이 날뛸 텐데 그런것에도 충분히 대비하는지 불안하고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서도 빨간 구세군 냄비가 거리에 등장한 것은 그나마 반갑다.그러나 소리도 가냘픈듯 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도무지 기울여지지 않는다.「남아도는 쌀로 완전급식을」한다느니 아파트를 「거저 주겠다」느니 5년안에 지금보다 「몇배 잘살게 해주겠다」는 따위로 헛배가 불러진 사람들은 푼돈 몇푼으로 이웃을 돕는다는 일이 우스워질 지경이다.그런 허황된 공약들보다는 한 푼의 따뜻한 이웃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울 논리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의 혼란에서 시민만이라도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세밑이 쓸쓸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구호로 외치는 『잘살게 해줄 미래』는 아무뜻도 없다.그저 한장의 담요나 한벌의 내복이 확실한 따뜻함을 보태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따뜻함을 나눈 사람들에 대한 적덕만이 하늘이 알아주는 사람의 도리인 것이다.세모는 다가오는데 외롭고 추운 이웃이라도 위로하지 않는다면 좋은 대통령이 있어도 그건 좋은 사회가 못된다.
1992-1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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