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식 높아지고 있다(이슈조명)
기자
수정 1992-12-05 00:00
입력 1992-12-05 00:00
대통령후보에게 한표를 행사하는데 꼭 유세장에 가야만 할 필요는 없을 터이다.
사실 유세장에 얼마나 많은 청중들이 모이는가를 따지는 나라일수록 민주주의의 후진국이거나 혁명적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등 선진외국에서 대통령후보들의 유세장에 청중수가 많고 적음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선진외국의 추세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부터 TV연설을 도입함으로써 안방에서도 편안하게 후보자들의 정견을 알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요즘 각후보의 유세장에는 여전히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청중수가 엄청나다.그렇다면 청중들을 유세장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어떤 흡인력이 있는 것인가.
4일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주요유세가 열린 전남 순천역앞 광장과 경남 진주공설운동장의 분위기는 지역성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는 분명히 공통점이 있는듯 했다.
전체적으로는 「구경하러」「단순히연설을 들어보기 위해」라고만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왕에도 익히 알고 있지만 후보들의 유세모습이나 연설내용을 직접 보고 들으며 신뢰도,믿음성을 가늠하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속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대부분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대답들이었다.
또한 후보들이 내세우는 지역개발공약에는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었다.
순천역광장에서 만난 박성철씨(28·회사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김후보의 유세를 직접 듣고 실천력과 믿음성이 있는지를 판단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남규씨(51·여천시 신월동)는 『신문이나 TV를 통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실물을 보고 후보들의 됨됨이와 자질을 느끼고 싶었다』면서 『지역개발공약은 많이 속아왔던 만큼 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순천에서는 7∼8명의 유권자를 더 만났으나 대부분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후보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진주시 공설운동장의 김후보 지지 열기는 다른곳보다 높았다.
그러나 「자발적인 청중」의 심리는 역시 순천과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박승재씨(40·진주시 하대동)는 『이제 지역색은 사라졌다』고 전제,『가급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김영삼이라는 인물과 그가 내세우는 정책을 들어보고 찍을 후보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만숙씨(45·여)는 『김영삼후보가 과연 어떤 인간됨됨이를 가졌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유세장에 나왔다』고 밝히고 『시간나는대로 다른 후보의 유세도 꼭 들을 생각』이라며 성숙한 유권자 의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세장에서 이야기를 나눈 20여명의 유권자들의 이같은 말만으로 「청중들을 유세장으로 끄는 힘」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가지 정도의 새로운 유권자 행태를 추출해 낼 수 있었다.
첫째는 우리 유권자들이 선거를 하나의 「축제」로 여겨가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또하나는 눈과 귀를 열어 후보들을 직접 보고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진주=황진선기자>
1992-12-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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