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의 「꿈꾸는 철마」를 보고/이상일 성대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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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1-25 00:00
입력 1992-11-25 00:00
◎멈출 수 없는 통일의 염원 노래

녹슨 기관차는 꿈꾸지 않는다.그러나 우리의 시적 상상력은 우리의 꿈을 철마에 위탁한다.그것도 통일의 염원을 담은 녹슨 기차에 기댄 우리의 꿈은 통일이 될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서울예술단의 제14회 정기공연 뮤지컬 「꿈꾸는 철마」는 그렇게 장단역에 녹슬어 버려져 있는 기관차에 새로운 이야기의 전말을 들려주게 한다.

이 뮤지컬에는 많은 이야기 요소들이 있다.우선 주인공은 기관사이다.철도학교를 나오는 그(늙은 현일:송용태·젊은 현일:박철호/유희성)는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철마로 달리는 꿈을 키운다.그러나 처음 기관차를 몰 때 그가 태운 것은 정신대로 끌려 가는 순이(늙은 순이:윤복희,젊은 순이:이정화)일행이다.

무대는 「통일 환타지」칸타타가 기적소리와 함께 대합창으로 열려서 정신대 소녀들이 죽어가는 시체더미위로 일본의 항복선언문이 방송되는 제1부,그리고 해방이 되어 돌아오는 귀환동포사이로 순이를 찾던 현일이 정착하지 못하는 그들을 다시 북송해 주는 도중에 6·25를 만나 영영 재회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것이 제2부이다.기관차는 분단의 정점 비무장지대의 장단역에 머물고 마는데 현실의 늙은 기관사를 녹슨 철마를 어루만지며 과거의 젊은 날을 회상하고 가상의 경축공연이 끝난 자리에 환상의 통일열차를 쓰다듬는다.

늙은 순이는 통일과 재회의 그날을 꿈꾼다.모든 것은 꿈이다.철마가 꿈꾸는 것은 남북이산가족이 그리는 꿈인 것이다.

시의에 맞게 상연되는 이 뮤지컬은 무거운 주제를 정황중심으로 끊어낸다.늙은 기관사가 내레이터구실을 하는 가운데 원작의 서사적 구성이 빚어내는 사건들은 단편적이다.따라서 극적 긴장감이 감소되고 와이어리스 확성기 목소리가 너무 질러대는 탓에 음악적 서정성의 전달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호화캐스트에다 몹씬과 군중무용,그리고 국립극장 무대를 가득 메운 무대미술과 장치가 시선을 끈다.특히 낡은 기관차의 재현은 거의 실물처럼 보이며 「해방자호」의 열차는 바로 무대가운데서 객석으로 움직여 나오는 등 장치제작에 들인 성의가 돋보인다.

새로운 작가(김정숙)의 등장,그리고 이종훈감독의 연출등 미지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서울예술단에 대한 우리의 기대이기도 하다.
1992-11-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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