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정치윤리 이대론 안된다(사설)
수정 1992-11-19 00:00
입력 1992-11-19 00:00
당세확장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들도 그렇거니와 대의명분을 저버린채 개인적 이해에 따라 이당 저당 옮겨다니는 철새 의원들의 행태가 우리 정치권의 윤리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정말 서글픈 일이 아닐수 없다.최근 모정당의 당수는 소속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자 잔류의원들에게 품위유지비란걸 지급했다고 한다.사실이라면 정치권의 타락에 개탄과 분노를 금할길이 없다.
김의원 사건의 또 하나의 측면은 노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시비를 정치권에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보도에 따르면 김의원은 국민당 입당을 발표하기 위해 출신구인 대구로 내려가던중 노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공로에서 경찰관들에 의해 서울로 되돌려 보내졌다고 한다.청와대와 민자당은 노대통령이 처남인 김의원에게 경위를 들어보기 위해 찾은것이므로 이번 사건은 「집안일」로 치부해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민주당과 국민당은 공권력이 동원돼 김의원의 국민당 입당을 저지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중립성을 위배한 처사라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민주당의 경우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김영삼민자당총재 단독면담및 간첩단사건장비전시와 관련한 대정부 중립성 시비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면 국민당은 서산간척지및 울산 현대자동차 시찰을 둘러싼 탈법시비에서 벗어나려는 역공의 빌미로 이용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노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정치이전에 가족으로서 김의원의 처신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었으며 김의원의 상경과(탈당번복)결심은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우리는 민주당과 국민당이 노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않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가정적 상황을 놓고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대통령의 인척인 박철언의원이 민자당을 탈당,국민당에 입당한지 하루만에 다시 대통령의 처남이 국민당에 입당했다고 치자.정치권이나 항간에선 「노심」이 드디어 국민당으로 갔다는등 온갖 억측과 흑색선전이 난무했을 것이다.이처럼 대통령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또한 처남도 다스리지 못한 리더십으로 어떻게 강력한 중립정부를 이끌어갈수 있겠느냐는 회의도 제기될 것이다.그렇다면 설사 공권력 개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건 「큰 중립」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처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게다가 이번일이 민자당측 요청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닌것이 분명한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할바가 못된다고 생각한다.
1992-11-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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