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국정감사를 평가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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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24 00:00
입력 1992-10-24 00:00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14대국회의 첫국정감사가 24일 끝난다.이번 국감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기국회의 단축운영으로 인해 법정기간의 절반인 10일간밖에 실시되지 않았다.그럼에도 우리 국회의 달라진 면모를 어느때보다 많이 보여준 느낌이다.

민자당 의원들은 과거와 달리 일방적으로 정부를 두둔하지 않고 따질 것은 따지는 한편 민주·국민당의원들은 정부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모색하며 정치공세나 폭로성 질문은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낭비적인 중복질문이나 피감사자를 피응자시하는 고압적 자세도 현저히 개선되었다고 한다.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탈당과 중립내각 출범으로 여야의 개념이 엷어진 탓도 있겠지만 우리 국회가 「생산의정」에 대한 각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물론 이번 국감에서 구태가 재연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증인채택문제를 둘러싸고 의원들간에 욕설을 주고 받은 사례라든가 질의서만 배포하고 아예 자리를 떠나버리거나 지역구민을 의식한 인기발언에 집착한 행태등엔 여전히 실망감을 떨칠수가 없었다.또한 정치현안과 민생문제가 산적된 시점에 진행된 국감으로서는 뚜렷하게 파헤친 것도,깊이있게 따지고 든것도 없었던 맥빠진 감사라는 지적도 없지않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나 감사운영 방식이 종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을 부인할순 없을 것이다.특히 현지출장감사는 종래의 타성이나 나들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듯해 개선의 필요성을 드러냈다.상공위의 창원공단내 한국중공업 감사는 예정시간 5시간 가운데 공장시찰에 3시간이나 할애해 감사반이라기보다는 산업시찰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남겼다.외무위의 일부의원들은 재외공관 감사를 내세워 외유를 했다.동자위의 고리원자력발전소 감사엔 소속위원 16명가운데 6명만이 참석하는가 하면 건설위의 이리지방국토관리청 감사는 항공기 운항이 지연돼 예정시간보다 4시간30분 늦게 시작되는 사태를 빚었다.

감사기간이 단축된데다 일정조차 빡빡했던만큼 좀더 치밀한 계획아래 운영의 묘를 찾는 지혜와 노력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피감기관의 간부들과 술자리를 벌여 현지주민들의 빈축을 산 사례등도 여전히 지난날의 구태에 속할것이다.일정에 쫓겨 형식만 갖추려하기보다는 감사의 능률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는 지방의 피감기관을 의사당내로 불러들여 집중적인 감사를 하는 방안등 제도개선을 시도해 볼수 있을 것이다.

올 국감은 특히 그 기간이 예년의 절반밖에 안되는 것이어서 어느때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절실했었다.그럼에도 국회는 오히려 국감대상기관을 90년도의 1백35개,91년도의 2백79개보다 많은 2백90개로 확대했다.국감운영의 방만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수있다.그 의욕만큼 효율성이 따르지 못했다는 얘기도 되는것이다.집중감사,정책감사는 앞으로 국감이 추구해야할 발전방향이다.

구미에선 국회회기중 의원들이 의사당을 비운다는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국정조사이건 청문회이건 관계자를 의사당으로 불러들이지 의원들이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국회의 권위를 위해서나 의정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그런 방향으로 개선점을 모색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 국정감사는 외국에선 그 예가 없는 우리 특유의 것이다.이상의 몇가지 부정적 측면이나 구태의 재발이 방지된다면 우리 국회의 자부심으로 뻗어나갈수 있으리라고 본다.
1992-10-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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