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카페골목의 갈등/박찬구 사회1부 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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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17 00:00
입력 1992-10-17 00:00
◎단속강화에 업주들 “생존권위협” 호소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3백여 영세업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회기강확립차원에서 심야 불법,변태 유흥업소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방침입니다』

16일 새벽1시쯤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의 이른바 「카페골목」에서 당국의 단속에 항의하며 농성을 하는 2백여 상인들과 이들을 설득하는 경찰관들의 목소리는 서로 달랐다.

상인들은 『지난6일 모방송국이 이 일대 유흥업소들의 변태영업이 여전하다는 보도를 내보낸후 경찰,구청에서 하루 1백여명의 단속반이 나와 보복성 단속을 펼치고 있다』면서 『밤10시를 전후해서는 골목으로 통하는 이 일대 10여개 진입로에서 전경들이 차량진입까지 통제하고 지난 서울올림픽때 당국이 설치한 노상주차장까지 아예 폐쇄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방배상가위원회」회장 조병모씨(40)는 『이 골목 3백여 가게 가운데 가라오케·노래방등 유흥업소는 1백여곳이고 그중 심야영업을 하는 업소는 20곳 남짓』이라면서 『당국이 객관적 기준없이 약국,편의점까지도 퇴폐업소로 몰아붙이는 것은 빈대잡기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적절한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관할 방배경찰서는 이에대해 『일부 건전업소들이 본의아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지만 불법·퇴폐영업의 온상인 이 일대 유흥업소를 더 이상 내버려 둘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 경찰관은 『대부분 10∼20평규모의 영세 임대업자인 이곳 상인들의 처지가 딱하긴 하지만 어린자식을 키우는 이 일대 4만여주민들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곳 「카페골목」은 서울올림픽당시 「풍물거리」로 지정된 뒤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90년 범죄와의 전쟁선포이후 된서리를 맞았다.



2년남짓 동안 20∼30%의 업소들이 문을 닫았고 남아있는 대부분의 업소들도 현상유지조차 어렵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이곳에서 2년째 옷가게를 경영해온 이한복씨(67)는 『늦은 밤에 취객들의 눈꼴사나운 행동을 보면서 단속의 필요성을 종종 느끼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확실한 원칙이나 대안없는여론무마용 단속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1992-10-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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