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의 인권」 북에 묻는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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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15 00:00
입력 1992-10-15 00:00
「15호 관리소」는 다시는 살아나올 수 없는 지옥이다.새벽같이 일어나 강냉이 주먹밥을 먹고 외화벌이를 위한 금광·산나물·목재채취에 하루 14시간 강제동원된다.북한을 탈출해서 중국을 통해 귀순한 두 청년의 폭로와 증언이 가슴을 저민다.

「산채로 생매장된 삶」을 살고있는 12개 정치범 수용소 20만명을 숨겨두고 있는 북한에 인권이라는 것이 있겠는가 묻고자 한다.진실을 얘기했고 양심을 잃지않은 정치범 아닌 정치범 20만명의 인권은 어디에 팽개쳐두고 북한 당국자들은 어떻게 남한의 제도와 인권을 운위하는가 다시금 묻게되는 것이다.

두 귀순청년의 이번 폭로는 공산주의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수용소 군도」가 있음을 명백히 입증한 셈이다.항상 겉으로는 평화공존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대남적화전략을 한시도 늦추지 않는 그들의 이중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도 된다.

북한체제의 하구성과 주민들의 참혹상은 강제수용소에만 있는것이 아니다.요즘 북한 전역에선 심각한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식료품 약탈과 공무원들의 수탈행위가 함께 벌어지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의 북한전문가는 전하고 있다.주민들은 굶기를 밥먹듯이 하는데도 김일성·김정일 세습정권의 담당자들은 유일체제를 유지하고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당종파」라는 정치범들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을 잘 알고자 했지만 너무 몰랐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어떻게 보면 너무 조심스러웠다고 할 수도 있다.그들이 우리와 대화하고 회담하는 뒷마당에서 대남도발과 비방과 억지를 일삼아왔어도 그것을 너무 탓하면 혹시나 뒤돌아설세라 회유하고 달랬던 것이다.더욱이 그들 인권상황이나 개방문제에 대해서는 그들 처지를 감안해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될수록 상처를 주지않고 상호신뢰를 쌓아가며 무엇보다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살려나가기 위해서였다.그들 핵개발포기에 주력하는 가운데 심각한 인권상황과 개방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기다려 보고자 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북한주민들의 인권회복과 고립폐쇄로부터의 탈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보여주는 일임을 알게됐다.북한주민들은 우리 모두와 함께 존재하며 공동으로 번영해야 하는 한겨레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럴수록 오늘의 북한 실상을 내외에 알리고 모든 노력과 방법으로써 그들을 구제해야 되리라 생각한다.남북한 대화를 유지하고 통일에 접근하는 길 또한 거기에 있음을 알게되는 것이다.
1992-10-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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