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아…」「문학액범」/박완서 문학인생 담은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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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08 00:00
입력 1992-10-08 00:00
◎「…싱아…」/본인 체험담 다룬 자전적 성장소설/「문학앨범」/맏딸이 본 작가의 삶과 문학 등 실려/형식 특이… 평론계에 큰 반향일으킬 전망

중견작가 박완서(61)씨의 작품론·문학론을 다룬 책 두권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작가 박완서가 3년만에 완성한 자전적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출판사 펴냄)와 「박완서 문학앨범」이 바로 화제의 책들.

신작 장편소설「…싱아…」는 70년 발표된 처녀작 「나목」이후 22년만의 두번째 전작소설로 박완서 소설의 원형과 그가 소설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보여주고 있다.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에서 보낸 유년시절에서부터 작가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체험을 겪게되는 6·25와 1951년 1·4후퇴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작가가 당시 체험했던 시대에 대한 증언으로서 글을 쓰게 될 것이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끝난다.

「나」라는 일인칭 화자의 정신적·육체적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그러나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구별해 「자전적 성장소설」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높다.이는 출생지를 비롯해 가족관계,화자가 살던 서울 동네이름,학교이름등이 작가 자신의 그것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기 때문.또 책 여기저기에 이 책이 자전적인 생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예를들어 「경제정의」지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내 소설중 가장 긴 장편 「미망」을 쓰는데 중요한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어 이 소설의 자서전적 형식을 뒷받침하고 있다.이와같은 형식상의 특이점은 「소설=허구」라는 일반 공식에 배치되는 것으로 문단은 물론 평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자신도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듯이 소설「…싱아…」는 기억이나 경험에 소설적인 윤색을 최대한으로 억제한 글짓기로 윤동주및 서정주의 시 「자화상」이나 화가들의 자화상처럼 「소설에서의 자화상」에 해당한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도 이를 「자전적 소설이거나 소설의 형태를 빌린 자서전」으로 분류하고 작가의 6·25에 대한 남다른 관심,강인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상,가족사 소설에 대한 집착등 이소설에서 이미 발표된 소설들의 원형이 발견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설「…싱아…」는 형식적인 면이외에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개성사람 특유의 강한 생활력과 자존심의 화신인 어머니,이에 못지않는 화자의 독특한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또 들풀냄새 풍기는 정감어린 30∼40년대 시골생활과 때묻지 않은 풍부한 정서는 근래 다른 소설들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소설의 특징.한마디로 한편의 서정시나 수채화를 대하는 듯한 편안함과 포근함을 안겨준다.

이밖에 이미 발표된 작가의 여러 소설들처럼 40∼50년대 개성지방의 사회상과 풍속,인심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고 토속어와 고유어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제목에 쓰인 「싱아」 역시 개성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마디풀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작가의 고향들판에 지천으로 널려있어 작가와 고향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함께 출간된 「박완서 문학앨범」은 박완서씨의 맏딸인 호원숙씨가 가까이서 본어머니 박완서의 삶과 문학을 적은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글이 실려 「…싱아…」와 함께 박완서의 인생궤적을 상호보완적으로 고찰할수 있게한다.

웅진출판사는 「…싱아…」와 「문학앨럼」출간을 계기로 오는8일 하오5시30분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그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90년대 한국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문학심포지엄을 연다.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문학평론가 김철교수(교원대)가 「분단시대의 삶과 소설」를,권영민교수(서울대)가 「중산층의 삶과 소설」을,박혜란씨(상명여대 강사)가 「여성의 삶과 소설」을 각각 발표한다.<김균미기자>
1992-10-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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