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홍은주씨/파리패션계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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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08 00:00
입력 1992-10-08 00:00
홍은주씨(36)는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다.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경쟁이 치열한 파리 패션계에서 그 자신의 브랜드를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홍씨는 작년 10월 Hoge(호제)패션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호제는 자신의 이름 홍은주에서 딴 것인데 한자로는 「호제」가 되기도 한다.「호제」라는 의미를 굳이 부여하는 것은 동생 홍현주씨(34)가 회사 일의 절반 몫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상표도 물론 Hoge다.
호제사는 지난달(9월)4∼5일 파리의 포르트 드 베르샤유에서 열린 93년 여름을 위한 기성복 전시회에 참가했다.이 전시회 참가는 특히 마담 뮈리엘 기요가 뽑은 디자인 회사들 가운데 하나로서였다.이는 「호제」라는 이름을 파리 패션계가 인정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홍씨는 매우 고무되어 있다.
다음해의 여름과 겨울 패션을 미리 보이고 주문을 받기 위한 포르트 드 베르샤유 전시회는 1년에 두번 열리며 1천여개의 패션 디자인 회사가 참가한다.70∼80%는 프랑스 회사들이다.
이전시회에는 두 개의 특별 코너가 있다.하나는 「에스파스」(우주)인데 우리가 흔히 듣는 세계 일류의 디자인 회사들 10∼12개가 자리잡는다.그 다음 수준인 「아트모스페르」(대기권)에는 35개 정도의 회사가 선정된다.대기권 단계를 돌파하면 우주적인 존재가 된다는 발상일 것이다.
호제는 「아트모스페르」참가자로 뽑혔다.『여기 선정되는 게 여간 어렵지 않고 더군다나 데뷔탕(신참자)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데 운이 좋았다』고 홍씨는 자랑스러워 했다.이륙하자마자 대기권에 진입한 셈이다.
두 특별코너의 선정 책임자 마담 뮈리엘 기요는 홍씨 말에 따르면 파리패션계를 쥐었다 폈다 하는 이다.
홍씨는 여기 참가한 덕분에 스위스 취리히의 고급 의상체인점 두군데로부터 상담이 들어와 계약을 마쳤다.또한 프랑스 최대부수 여성잡지 「마리 클레르」와 패션 전문잡지 「데페슈 모드」에서 취재의사를 전해와 홍씨를 즐겁게 했다.
『파리에 진출하려면 프랑스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홍씨의 주장이다.근래 많은 일본 디자이너들이 좋은 평가를얻고 파리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패션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은 일본이 19 64년 도쿄 올림픽이후 국가정책으로 막대한 뒷받침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홍씨는 말했다.그 자신은 현재 외로이 도전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 더 많은 한국인이 진출할 수 있게 국내 업계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체중에서 홍씨와의 연결을 시도해 온 곳이 있긴 했으나 당장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는 우리 업계의 조급성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고급스럽고 심플하게 보이도록 하고 신축성 있는 감으로 몸의 곡선이 드러나게 한다』고 자신의 디자인 특징을 이야기 했다.제품 값은 상하 한벌이 소비자 가격으로 중상에 드는 3천5백프랑(약 56만원)안팎이라고 밝혔다.지금은 사무실만 두고 있으나 내년초 직영 전시매장을 파리 11구에 개설할 계획이다.
홍씨는 이화여자대학교 장식미술학과를 78년 졸업하고 84년부터 파리의 의상디자인학교 에스모드에서 공부했다.
87년부터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디자이너로 5년간 일했고한국 쌍방울,벨기에 반지 등의 일도 더러 맡았었다.<파리=박강문특파원>
1992-10-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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