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는 「마리산」에서(박갑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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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07 00:00
입력 1992-10-07 00:00
「굳센 체력,알찬 단결,빛나는 전진」­제73회 전국체전은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대구에서 펼쳐진다.올해도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에서 채화된 성화가 1주일 동안 훨훨 타오르는 가운데 우리의 젊은이들이 힘과 기를 겨루게 될 것이다.이,나라의 행사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올해부터는 「마니산」이 아닌 「마리산」에서 채화하라는 당부가 그것이다.

「마니산」은 물론 한자가 「마니산」이니까 쓰게 되는 표기이다.하지만 이건 생각하자면 좀 우스워진다.본디는 배달겨레들이 「말뫼」또는 「마리산」이라 부르던 것을 한자로 적으려면서 「마니산」이라 음사했는데 그것을 되받아서 「마니산」이라 바꾸어 부르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자표기만 해도 「마니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려 이전의 표기는 오히려 「마리산」(마리산도 있음)쪽이다.그것은 이 산이 「마리산」이었음을 말해준다.「고려사절요」의 성종원년조나 최승로가 성종에게 지어올린 상시무서,「동문선」에 수록된 최자의 「삼도부」등등에는 「마리산」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다.

공민왕때까지는 「마리」이던 것이 우왕때로 내려와 「마니」라는 표기가 나오면서 「마리」와 섞여 쓰이기 시작한다.그것이 조선조 초기까지 이어져 같은 「태종실록」안에서까지 곳에 따라 다름을 보여준다.그러다가 조선조 후기로 오면서 「마니」쪽이 강세를 띠어간다.「마리」라는 한자에는 별뜻이 없는데 비해 「마니」쪽에는 뜻이 있어서였을까.첫째 위구르(회골)에서 승려를 이르는 말을,둘째 산스크리트에서 여의주를 이르는 말을 한자로 그렇게 표기하는 것이니 말이다.하기야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 파생한 마니교(Manichaeism)도 한자로는 그렇게 표기한다.

「마리산」은 「말뫼」이다.으뜸 가는 높고 크고 신성한 산이라는 뜻이다.한자로 「마산」·「두산」이라 적은 산이름·마을이름도 이 「말뫼­마리뫼」를 뜻으로 적은 것일 뿐이다.「말리」·「마리」같은 한자이름도 「마리」와 형제뻘이며 「마라」·「마로」같은 이름은 「마리」와 4촌뻘이 된다 할까.「마리산」의 「말­마리」와 같은 줄기이다.그 「말」은 「□」을 출발점으로 하는 말.「머리」(두)가 거기서 출발했으며 「마루종=종」이 바로 그 줄기이다.기마민족의 후예답게 동물의 으뜸을 「말=마」로 치고 있으며 곡식을 되는 그릇으로서의 가장 위단위 또한 「말=두」인 점도 흥미롭다.

「마리산」은 다른 땅이름의 경우와는 달리 생각해야 할 까닭이 있다.단군왕검의 얼이 서려있는 산이 아니던가.그래서 더더욱 어떤 종교냄새가 끼어드는 것도 피함이 옳다.고유한 내이름 「마리」를 찾아 써야 한다.
1992-10-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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