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잡아가는 공복상/「중립선언」 이후:6.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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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9-24 00:00
입력 1992-09-24 00:00
◎공직사회에 탈정치 중립화 의지/복무지침·대정당관계 “새로짜기” 부심/전환기의 행정공백·차질 최소화 노력

노태우대통령의 당적포기선언이후 한때 흔들리는듯 했던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는 「엄정중립」을 천명한 노대통령의 뜻에 따라 여기에 맞는 구체적인 복무지침과 대정당관계정립방안을 마련중이다.

아직 체계적인 방안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관계자들은 『선거중립내각이 구성되는 10월중순쯤이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관련작업에 착수한 주요부처는 청와대 정무·사정비서실과 국무총리 행정조정실·내무부 등이다.물론 다른 부처들도 나름의 방안을 정리하고 있다.

○발빠른 대응책 강구

당정관계와 향후 내각의 성격은 정무비서실에서,노대통령의 「9·18결단」의 배경과 담긴 의지는 사정비서실에서,대국회관계는 행정조정실에서,선거관련 중립방안은 내무부에서 각각 전담이 되다시피해 일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사회가 이처럼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사회적 전환기에 공무원이 흔들릴 경우 국가전체의 기강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노대통령의 결단이후 「앞으로 나라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걱정이 공무원들 사이에 대두되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총리실의 한 고위간부는 『언론이 공직사회가 동요한다고 사실보다 증폭시켜 보도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처음 있는 일이라 한때 어리둥절했을 뿐 자기보신을 위한 동요현상은 결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간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가 더이상 여야간 정쟁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막고 어느 누구도 공직사회가 정치에 이용되지 않도록 못박아야 한다는 의식이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풍향에 동요 안해”

특히 공직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정부부처국장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들은 정권에 관계없이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풍향에 동요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정부수립후 44년동안 이보다 더한 시련도 경험하고 극복해 왔다』고 전제한뒤 『그때마다 공직사회가 그런대로 역할을 해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이같은 경험이 바탕이 되어 6·29선언 이후 정부부처의 거의 모든 업무가 국민에 공개되어 있어 과거처럼 비이가 끼어들 틈새 또한 거의 없어진 상황이다.그만큼 업무추진이 합리적으로 바뀌어 여야구분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관권오명」 벗을 계기

또 추곡수매가·예산·경부고속전철등 대형국책사업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이제 여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만큼 야당도 과거처럼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식의 낡은 정치행태를 지양할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다.

선거때마다 야당으로부터 「관권선거」 시비로 장관인책등 집중포화를 당했던 내무부의 경우 이번 대통령의 「9·18결단」을 계기로 관권의 오명을 씻고 전화위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내무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선거철이면 「팔이 안으로 굽는」행정을 펴온 적도 없지 않았다』며 『이번 대선때부터는 전공무원의 엄정중립과 실추된 위상제고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것이 내무부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직사회도 「홀로 서면서 엄정중립을 견지하려는」 엄청난 변화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의 가닥을 크게 공무원사회의 정치적 중립과 공복으로서 공무원의 참된 자세 두가지로 나눠 설명했다.『대통령의 뜻이 선거에 있어서 정부의 중립에 있는 만큼 선거관련부서나 업무는 크게 변할 것이나 일반부처는 평소업무를 계속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공 마무리에 박차

정부가 현재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없애고 국무총리훈령으로 돼 있는 「당정협조에 관한 처리지침」을 개정,제정당과의 포괄적이고 균형잡힌 협의규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또 당적을 가진 정무제1장관실 개편및 장 차관의 탈당검토도 이와같은 맥락의 조치들이다.

이는 대통령이 무적인 만큼 정부내에 산재해 있는 정치적 색채를 과감히 일소하겠다는 의미로 압축된다.

「공복으로서 자세확립」은 6공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연결되는 주요 고리로 중립선거내각이 구성될 경우 혹시 초래될지도 모르는 행정공백과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여기에는 행정혼란기에는 으레 기강해이와 부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물론 함축되어 있다.

총무처 한 고위간부는 『정치권이 변하더라도 정부는 계속 일을 해야하며 국가·사회발전에 정치권이 장애가 되는 후진적인 현상은 더이상 공직사회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양승현기자>
1992-09-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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