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녹지(사설)
수정 1992-09-21 00:00
입력 1992-09-21 00:00
더욱이 서울은 지금 94 정도6백주 기념이라는 세계적 이벤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6백년이나 됐으나 남아 있는 역사적 유적만이 아니라 그 분위기조차 별로 찾을 길이 없어 결국은 오늘의 사는 모습으로 서울의 가치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상당히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이 점에서도 도시의 공원하나나마 반듯한게 없는 난처함을 이즈음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알다시피 국민총생산(GNP)으로 발전을 말하던 시대는 지났다.이에 대신해 유엔이 고안했던 인간발전지표(HDI)만 해도 이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HDI는 세가지 지표,즉 평균수명·지식·생활에 필요한 자원에 대한 통제력 등을 그 내용으로 했던 것인데 이는 새로운 요구인 환경의 질저하와 확대된 부의 분배양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근자에는 경제학자 허만 델리와 신학자 존 코브가 개발한 경제복지지표(ISEW)가 각광을 받고 있다.이 지표 측정에는 관리잘못으로 야기되는 환경적 대가를 중시한다.예컨대 재생가능한 자원의 고갈,토양침식 및 도시화로 인한 농경지·산림지의 파괴,습지대의 파괴,대기 및 수질오염의 대가들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들을 쫓아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현실에 당면한 한계의 파악과 그 대응은 또 그나름대로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서울의 자연녹지가 아직도 개발대상으로서의 여지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는 좀 심각한 의문이 되어야 한다.이런저런 민원의 해결책으로 그린벨트의 규제완화마저 대폭 허용되는 상황에서 구석구석 그나마 붙어 있는 녹지들을 자투리구역쯤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이 또 언뜻 보면 대수로운 일이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상 서울을 집짓기와 주차장 만들기로 써갈수 있는가는 이제 사실 누구도 그 한계를 느끼고 있다.그러므로 최소한 서울의 도시계획위원회쯤은 비록 실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울이라는 도시의 살만한 도시화를 위해 헌신을 할 당위가 있다.
우리는 물론 아직 희망을 버리려 하지는 않는다.최근 발표된 서초구 양재동의 시민의 숲 2만2천평을 한단계 더 끌어올려 문화예술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계획같은 것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느냐에 대한 인식이 크게 진전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고,이런 시도가 있다는데 자못 위안을 받기는 한다.
결국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는 현재 이상으로는 어떠한 이유로도 더 녹지가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1992-09-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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