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와 민생경제(사설)
수정 1992-09-15 00:00
입력 1992-09-15 00:00
흔히 정기국회를 「예산국회」라고 한다.나라살림의 근간이 되는 예산의 심의와 국정감사가 정기국회의 주된 의제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올해는 대통령선거로 인해 국회의 단축 운용이 불가피한데다 관권선거시비,지자제장선거,대통령선거법과 정치자금법,대형국책사업등 정치문제와 직간접으로 연계된 현안과제들이 많아 93년도 정부예산안과 민생관련 법률안들이 졸속 심의 또는 자동 폐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해 정기국회 역시 올해 봄 총선을 의식하여 당리당략적인 운용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그런데다 지난해 정기국회 폐회이후 근 9개월동안 국회가 민생관련 법률을 한건도 심의치 않음으로써 정부 각 부처에는 개정해야 할 민생관련 법률안이 쌓여있다.
정부는 투신사지원 방안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형성을 위해 국회동의를 얻기로 결정했으나 14대 국회가 표류함에 따라 아직도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책집행의 지연사태로 인해 주가지수가 5백선은 물론 4백50선마저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정부는 이같은 증시붕괴의 우려가 깊어지자 국회동의 없이 투신사를 지원하는 응급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또 올들어 중소기업 도산사태가 속출하고 있으나 신용보증기금의 업무가 중단 상태에 있다.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의 은행대출을 보증해 주고 있는 이 기관에 대한 정부자금 출연확대법안의 국회심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자동폐기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 자금지원문제는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뿐만아니라 지방중소기업육성 특별법과 병역특례규제에 관한 법안등이 국회심의를 기다리고 있다.정치권은 기회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지원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인 법적 뒷받침은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관심이 높은 농어촌 지원문제도 동일한상황에 놓여 있다.농어촌 구조개선을 위한 농어촌특별조치법을 비롯하여 농산물가공육성법안과 농산물 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개정안등 농어촌 관련 5개법안이 국회 공전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이에 따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대비한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민생경제와 관련된 많은 경제현안 가운데 중소기업문제와 농어촌문제는 더이상 지연시킬 수 없는 현안과제이다.그러므로 국회는 하루 빨리 심의를 끝내 법률이나 조치가 시행될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동시에 올해 정기국회는 정치적 쟁점과 예산심의를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예산심의를 회기말이 가깝도록 미루다가 폐회를 앞두고 「짜맞추기식」으로 심의를 끝내는 구시대적 국회운용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국회가 민생문제를 무엇보다 우선 심의 처리하기를 촉구한다.
1992-09-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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