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윤리적 불감증/이창순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기자
수정 1992-08-02 00:00
입력 1992-08-02 00:00
종군위안부에 관한 산케이(산경)신문보도는 일본의 이같은 섬뜩한 윤리적 불감증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산케이신문은 1일 『한국정부가 31일 발표한 종군위안실태조사 중간발표는 독자적인 조사는 거의없이 대부분 일본자료를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또 종군위안부들이 『노예와 같이 강제연행되었다는 증거로 전야마구치현 노국보국회 동원부장 요시다씨(길전)의 증언을 독자적인 검증도 없이 소개했다고 보도했다.산케이신문은 그러나 전종군위안부들의 비극적인 삶과 고통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일본의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종군위안부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의도를 느끼게 한다.종군위안부문제는 어느나라에서 자료가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역사적 사실로 반인륜적 범죄라는 점에서 일본이 비판받고있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요시다씨의 강제연행 증언에 대해 일본에서 최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강제연행을 간접적으로 부인하고 있다.이는 일본정부의 공식 입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일본정부는 지난 7월6일 일본군이 종군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는 없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이같은 태도는 그들의 전형적인 역사인식의 2중성을 드러내는 것이다.한국인 전종군위안부들이 강제연행되었음은 요시다씨뿐만 아니라 생존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입증되고 있다.일본은 자신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왜곡하거나 눈을 돌려왔다.
종군위안부문제는 강제연행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반인륜적 전쟁범죄다.일본은 이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산케이신문이나 일본잡지 문예춘추,제군등의 종군위안부문제 보도는 그들이 사죄할 의도가 없음을 느끼게 한다.
일본사회의 이같은 윤리적 불감증은 과거 침략사에 대한 일본의 객관적 접근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음을 반증하는것이다.일본이 침략자로서의 과거를 왜곡하려해도 역사적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될수는 없다.어느 누구도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과거에 눈을 감는자는 미래에도 맹목이 된다.자위대 해외파견등 일본의 「국제공헌」강화움직임을 우려하는 것도 과거에 눈을 감으려는 그들의 역사인식 때문이다.
1992-08-02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