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명적 인간사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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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02 00:00
입력 1992-08-02 00:00
『그것은 반문명적 인간 사냥이었다』이른바 정신대문제에 관한 최초의 우리정부보고서가 그렇게 쓰고 있다.한 나라의 정부가 국민 앞에 이런 보고서를 내기 위해서는 그나름의 의지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그것을 들추는 일조차 악몽이었던 시기를 우리는 그동안 지내왔다.

이 보고서가 이제까지 알려진 자료보다 획기적이거나 비장의 것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일본의 일부 언론이 비아냥거리듯 그것은 일본인들이 발굴한 자료를 『베낀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어차피 이에 관한 자료는 거의 모두 일본이 지니고 있고 끊임없이 감추려 해온 것도 일본이다.그런 가운데 신빙할만한 자료가 그들손에 있으면 그 자료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보고서를 내야하는 일이 왜 불가피했는가에 대해서 한일 두 당사국은 생각해야 한다.가해자측이 계속 책임회피를 하면 피해자측은 그것을 계속 입증해야 한다.한국정부의 「공식보고서」도 그런 결과의 하나다.처음에 그들은,「종군 위안부」문제가 민간업자의 한 짓이지,일군이 개입한 사실은없었다고 했었다.발부리에 차일만큼 많은 「증거」들이 그것을 무너뜨리자 그들은 다시 『모집 및 운영과정에서 일군이 개재된 것은 인정되나,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그들이 못발견한 입증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데,그걸 부정하는 「관방장관」이 있는 나라와 이야기를 하려면 이쪽도 정부가 나서서 진상을 밝힐 수밖에 없다.그결과 「일본군의 각본에 의해 총독부가 집행한 부녀자 사냥」이었다는 보고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일은 우리에게 아직도 살아 있는 악몽이고 낫지 않는 상처다.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더 거론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의 깊은 상처이다.우리로 하여금 그걸 계속 되뇌게 하는 것은 이웃의 도리가 아니다.가해당사국이 꼭 한발짝씩 흥정하듯 하는 태도 때문에 그들의 『반문명적인 인간사냥적』인 행적은 또다시 세계를 향한 확성기에 실리게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확고한 주도국이 되었고,유엔에서 안보이의 상임이사국이 되어 정치적으로도 세계의 지도국이 되고 세계평화유지활동으로 화려한 역할도 하고싶은 일본과 일본군에게는 『반문명적인 인신매매의 혐의』는 불명예스러운 상처다.한국이 아직도 전후의 시련속에 있는 가난하고 절박한 나라이고,일본이 미처 「대국」의 가능성을 못보이고 있을 때,또한 피차의 상처가,아직은 너무 생생하여 서로가 「처리」해버리고 끝내기에는 너무도 큰 상처일때 처리한 일은 다시 도진다.도질때마다 아무는 속도는 지연된다.한 뿌리에서 돋은 「죄의식」과「피해의식」이 서로를 황폐하게 상처입히며 도지고 또 도지는 악순환에서 두나라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가 앞서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아량은 큰나라다운 금도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대로 짓밟힌 민족 특유의 피해증후군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치유할 기회를 미뤄가는 일도 어리석지만 그것이 자학의 빌미로 오래 남게 하는 일은 더욱 나쁘다.그러기 위해서는 당당하되 품위를 잃지 않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할것이다.
1992-08-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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