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 경사났네”온동네 축제/땀쥔 5분드라마 지켜본 안한봉선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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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7-31 00:00
입력 1992-07-31 00:00
『한봉아,해냈구나』『한봉이 만세! 만세!』
31일 0시25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7㎏급 결승전에서 해남 「부사리」(숫송아지)안한봉(23·삼성생명)이 90,91년 세계선수권대회 연속우승자인 독일의 리파트 일디츠를 꺾고 대망의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전남 해남군 해남읍 부호리 안선수의 고향마을 이웃사람들과 친지들은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며 장한 쾌거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결승전이 시작되자마자 안한봉이 1점을 먼저 따낸 뒤 1대1,2대2로 점수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다 순식간에 역습을 당해 2대5로 뒤지자 TV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탄식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1분을 남겨놓고 4대5로 바짝 추격하고 종료 25초전에 드디어 5대5 타이를 이루자 가족·친지들은 방안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5분경기가 끝나고 다시 3분안에 점수를 먼저 따내는 쪽이 승자가 되는 연장전.
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2대5에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더욱 투지가 불타오른 안한봉이 번개같이 잽싼 몸놀림으로 상대의 중심을 잃게하고 이어 바닥에 넘어뜨리자 사람들은 방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만세』『이겼다』고 환호했다.
안선수의 홀어머니 김정심씨(59)는 눈물을 글썽이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김씨는 곧이어 감격에 겨워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채 『장하다.내아들아.네가 기어코 해냈구나.고천바우(고천암)개펄에 나가 낙지잡고 조개파서 어렵게 너를 키웠더니 결국 네가 이렇게 큰일을 해냈구나』하며 세계정상에 우뚝선 자식을 유복자로 키워낸 지난 시절의 절절한 한을 눈물로 녹여냈다.
김씨는 또 『유복자로 키운 아들이 나라의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는데도 품팔이를 해 모은 10만원밖에 쥐어주지 못해 가슴 아팠다』면서 출발뒤부터 이런저런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이제는 두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선수의 집에는 30일 낮부터 백종철 해남군수를 비롯,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가족의 노고를 치하했으며 밤새 축하전화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해남 고향마을에서는 아침해가 떠오를 때까지 동네잔치가 벌어졌다.<해남=박성수기자>
1992-07-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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