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의따라 오고 가게 하자(사설)
수정 1992-07-08 00:00
입력 1992-07-08 00:00
이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으로써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적대자가 아니었다.민족통일을 향한 동반자관계정신아래 우선 양쪽의 인적·물적 왕래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여 평화공존을 이룩한다는 것이다.그 바탕위에서 민주공동체를 회복발전시켜 궁극적인 통일을 성취하겠다는 구상이다.따라서 이 7·7선언의 정신과 내용은 오늘날 남북한 사이에 역사적으로 합의되고 발효된 기본합의서의 모든 것을 원초적으로 포괄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이렇게 볼때 정부가 7·7선언 4주년을 맞아 그 정신을 되살리면서 현재 남북 양쪽의 고령 이산가족중 희망자들이 부양자 또는 배우자가 있는 쪽에 정착시키도록 하는 문제를 협의 실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 것도 크게 보아 민족공동체 회복 노력의 구체화단계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한번 한민족공동체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통일의 당위를 언급하고자 한다.통일은 왜 해야 하는가.본래 한 민족이 둘로 갈라졌고 조상이 물려준 한반도 한개의 땅 덩어리도 둘로 나뉘었기 때문이다.그것이 약소민족으로서 타의에 의해서였건,사회주의혁명 광신자가 저지른 전쟁에 의해서였건 분단은 분단이었고 이산은 이산이었다.그 분단과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남북한 통틀어 1천만이 넘는 이산가족들이다.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과 상봉및 왕래를 허용하는데 필요한 조치가 즉각 취해져야 하는 일 즉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는 일이야말로 현재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작업의 첫번째 일일 것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사람이 머리로써 생각하고 발로써 움직이는 것은 천부의 권리이다.사상과 언론과 집회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됨으로써 민주정치와 자유정의 사회로 확인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분단된 한쪽에서 그것이 보장되는데 다른 한쪽에서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통일이전 민족공동체 회복은 불가능하다.연목구어격이며 시간이 갈수록,세대가 지날수록 불가능의 심도는 깊어질 뿐이다.
물론 이산가족의 귀환 정착사업은 인도주의,상호주의 자유의사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살고 싶은 곳에 가족과 함께하는 천부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인도주의라면 올 사람 오게하고 갈 사람 가게하는 것은 상호주의이다.저쪽을 증오하여 가기 싫은 사람을 강제하지않는 것은 자유의사 확인의 원칙이다.때늦은 감 없지 않으나 남북한은 이제 이산문제해결을 이렇게 시작하자는 것이다.
1992-07-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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