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단체장 단계선거의 당위성(대선정국: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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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7-01 00:00
입력 1992-07-01 00:00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연기하느냐,연내 실시하느냐에 대한 여야간 현격한 시각차이로 14대 개원국회가 「개점휴업」상태에 놓여 있다.
국회가 산적한 민생입법을 심의하기 위한 상임위조차 가동시키지 못한 채 단체장선거문제에 대한 공방전에만 매달려 있는 형국인 것이다.
단체장선거시기는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에 유리한가 하는 차원에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왜냐하면 단체장선거를 대선전에 실시한다고 해서 야당측 주장대로 공정한 대통령선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즉 정당추천제로 실시되는 광역단체장선거를 통해 선출된 특정정당소속 도지사·시장들이 과연 중립을 지킬수 있느냐 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정부와 여당은 이미 치른 총선과 연말 대선 이외에 기초·광역단체장 선거 등을 한해에 실시할 경우 우리 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안기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굳이 이같은 여권의 단체장선거연기 논리를 차용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제의 건전한 정착을 위해서는 지방의회 구성후 일정기간을 두고 단체장선거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즉 지방의회→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선거를 다소간 시차를 두고 실시하는 것이 선거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의 정착을 위한 제도정비와 여건조성 측면에서도 긴요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같은 지자제의 단계적 실시론은 학계및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내무관료 출신의 한 의원은 이와관련,▲지역감정 ▲계층간·세대간 위화감 ▲돈 많이 쓰는 정치풍토 등이 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장선거를 전면실시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노정될 것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자치의 혼란 내지 행정의 비능률을 이유로 86년 광역단체를 해체한 영국 런던시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선진제국에서는 대부분 지방의회 운영을 통해 충분한 지방자치 경험을쌓은후 단체장선거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미국 워싱턴시의 경우 의회구성후 1백16년이 지나 단체장선거를 실시했으며 일본은 광역의회 구성 56년후 단체장선거를 실시한 것이 그 실례다.
물론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에 지방자치제를 정착시킨 이들 나라들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으나 어느정도 지방의회 운영경험을 쌓은 후 단체장선거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순조로운 지방자치제를 뿌리내리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노태우대통령이 5년전 민정당대통령후보로서 행한 6·29선언의 8개항 내용에도 지방자치와 관련,일단 지방의회만을 구성하는 것을 약속하고 있다.이는 지방자치제의 단계적 발전을 위해 13대 대통령임기중 우선 지방의회선거를 실시하고 단체장선거는 차기대통령 임기중으로 실시시기를 넘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단체장 민선에 앞서 지방자치와 관련되는 각종 제도정비와 여건조성을 완료함으로써 지방자치제 전면실시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대신 지방자치제실시에 따른이점을 논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이른바 「지방자치발전 중기계획」이 그것이다.
즉 지방의회구성후 단체장선거 실시 전까지 ▲국가와 자치단체간의 합리적 기능배분 ▲국세·지방세 구조의 개편과 지방재정자립도 제고 ▲지방행정조직의 합리적 개편 ▲지역이기주의의 극복과 효율적 광역행정체제의 구축 등 제도개선 방안이 완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도개선과 함께 인격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사가 단체장으로 뽑힐 수 있는 선거여건이 조성될 때 우리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다.그리고 민선단체장이 지역별로 특정지역에 편중되지 않아야만 진정한 지방자치시대가 열릴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감정이라는 망국병이 먼저 치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같은 관점에서 대선까지 6개월여 남은 기간동안을 단체장 선거라는 하나의 이슈에 국한해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지나친 국력소모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구본영기자>
1992-07-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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