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공개필름에 비친 실상(북한핵: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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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6-11 00:00
입력 1992-06-11 00:00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채 방북인사들에 의해 간간이 흘러나왔던 북한내 핵관련 시설이 10일 밤(한국시간)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해 필름으로 공개됐다.
12분 길이로 편집된 이 필름은 핵재처리시설로 의심받고 있는 녕변원자력단지내 방사화학실험실의 내부구조를 비교적 소상하게 담고 있어 회원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필름은 지난달 11일부터 16일까지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의 북한방문에 동행했던 사찰국 제3과(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담당) 빌리 타이스 과장등 전문가들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촬영때 북한측으로부터 아무 제약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필름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금까지 핵재처리시설로 의심받아온 녕변의 방사화학실험실이다.
1백80m 길이에 수개층 높이에 달하는 이 시설은 80%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장비도 40%가량 갖추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시설은 내부에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핫 셀(Hot Cell)」 3개가 장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2개는 재처리장비를 완비하고 있어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5㎏정도의 플루토늄이 대부분 이곳에서 추출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두께 1.5m정도의 납유리로 둘러싸여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된 「핫 셀」은 지난 87년 설치됐으며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설은 인근에 길이 40m의 연료공급용 지하터널과 길이 1백50m의 방공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핵재처리시설이라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IAEA가 회원국들에 공개한 필름에는 녕변과 태천에 있는 3개의 원자로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 65년 8월 소련의 지원아래 완성된 녕변의 제1원자로는 순수한 연구용으로 보잘 것 없지만 녕변의 50메가와트(MW)급 제2원자로와 건설중인 태천의 2백메가와트급 원자로는 핵재처리공장을 부속시설로 갖고 있는데다 평산의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박천의 정련공장에서 추출한 고순도의 우라늄을 직접 연료를 공급받거나 받을 예정이어서 이달초 끝난 IAEA 임시사찰에서 주요 사찰대상이 됐던 시설이다.
북한원자력발전소의 최대 출력인 2백메가와트급은 한국에서 제일 작은 고리 1·2호기의 30%정도에 지나지 않는 수준으로 북한의 원자력발전용량이 아직은 그렇게 크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필름은 이밖에 녕변의 핵연료가공공장,박천의 우라늄정련공장,평양 김일성대의 준임계시설내부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필름은 전문가들에 의해 촬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대상이 북한전역이 아닌 녕변에 한정돼있고,북한이 촬영에 대비해 가동상황등을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적지않아 녕변원자력단지내 핵관련 시설들에 대한 대체적인 윤곽만을 제공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따라서 일부나마 북한핵관련시설이 구두나 서면이 아닌 생생한 필름으로 외부세계에 첫 선을 보인다는데서 이번 필름공개의 의미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들 시설의 규모가 실험용 재처리시설로 보기에는 너무 방대하고,건설을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재처리시설 보유의사를 확인한만큼 IAEA측에 시설가동을 중지토록 촉구하고 남북한동시 핵사찰추진을 가속화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현재의 핵비확산조약에 핵재처리시설의 보유를 규제하는 규정이 없는 점을 지적,IAEA측에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이같은 시설에 대한 새로운 규제방안을 마련토록 강력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문호영기자>
1992-06-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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