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못떼는 「재벌당」/국민 대선기획 현대지원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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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5-22 00:00
입력 1992-05-22 00:00
◎그룹내 「비밀선거조직」드러나자 당혹감/당핵심 현대맨이 장악… 위원장들과 마찰

국민당은 정주영대표의 「이론무장」지시에 따라 21일 경기도 양평에서 서울시지구 당위원장들을 상대로 대선전략세미나를 여는등 활발한 대선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민자·민주당이 당내 대권후보경선파동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국민당은 소리없이 내실을 다지며 반사이익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국민당의 내부사정 또한 민자·민주당못지 않게 복잡한 처지라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현대그룹과의 유착관계에서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가 국민당의 선거준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총선이 끝난지 2개월여가 지났음에도 불구,최근들어 현대그룹내의 국민당비밀선거운동조직의 실체가 새롭게 거론되는 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제도개선위원회」란 이름으로 위장한 선거사령탑이 현대전종업원의 86%를 국민당원으로 조직화하는가 하면,1개월만에 2백30만명의 당원을 모집하는등 실질적으로 국민당의 총선을 대행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물론 현재는 이 「제도개선위원회」가 해산됐다지만,대선전이 본격화하면 유사한 기구가 언제든지 재가동될 가능성이 큰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대표의 단절선언에도 불구,『국민당과 현대와의 관계는 뗄래야 뗄수 없는 사이』라는 비판론이 더욱 설득력을 발휘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실 정대표를 포함한 국민당당직자들은 대선에서 현대의 측면지원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조직이 취약한 국민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당은 이를테면 「사재의 사회환원」같은 충격조치를 통해 정경유착시비를 희석시키는 일방으로 현대와의 내부적 관계는 지속시켜 나간다는 양면전략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정대표가 『현대와의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면서도 『현대직원들이 구국의 신념으로 국민당을 도와주는 것을 적극 권장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이같은 양면전략의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당지도부의 이런 속셈은 최근 현대측으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수뇌부들은 국민당과의 유착이미지로 인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현대뿐이라는 인식하에 가시적인 「단절」조치를 취하는 외에 내부적으로도 정대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들린다.

국민당내에서도 이른바 「정치인」그룹들을 중심으로 현대와의 관계재정립을 요구하는 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지구당위원장은 『지난 총선때 「보좌역」이란 이름으로 현대출신 인사들이 파견돼 「시어머니」역할을 했었다』면서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현되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안팎의 비판론에 대해 정대표는 『나라를 구하는 일인만큼 일부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강경태도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를 통한 우회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여권심층부와 절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윤승모기자>
1992-05-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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