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삶­미술/젊은작가 55인 기획전

◎금호미술관서 내일부터 한달간 열려/3부로 구분… 동·서양화·조각등 망라/이데올로기 갈등·물질적 타락 조명

특정 장르와 이념을 초월하여 오늘의 미술문화와 삶의 관계를 짚어보는 젊은 작가 55인의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금호미술관이 개관3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오늘의 삶­오늘의 미술」이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그것으로 올해들어 미술계의 지형변화와 그에 따른 새 방향을 모색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거의 전무했던 실정에서 화단의 주목을 받을만한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12일 개막하여 6월11일까지 장장 한달간 진행될 이 전시회는 1부주제 「일상」(12∼21일),2부주제 「무의식과 욕망」(21일∼6월1일),3부주제 「정치·역사」(6월2∼11일)로 나뉘어 있다.

오늘의 미술현실은 자본주의적 문화와 삶의 위기에 맞서 그 어떤 예술장르보다 이데올로기 싸움의 핵심에 위치해왔으며 물질적으로 가장 타락된 모습을 보여오기도 했다.

바로 이런 미술문화의 본원적 속성을 이 시대에 새롭게 조명해보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된 기획 의도이다.

1부주제 「일상」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시대의 일상에 대한 엄밀한 천착을 통해 그 삶의 명확한 상을 떠내고 이해하고 본모습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그에 가까이 가고자 애쓰는 과정을 예술의 덕목으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경주 김광진 김정호 배형경 서용선 오원배 이흥덕 임영선 조환 최석운 황재형 등 동·서양화와 조각분야의 젊은 작가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이들의 작품에는 일상의 표피적 묘사나 도시적 풍경 또는 소품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자 한 작가 개개인의 노력이 역력히 드러나보인다.

2부주제 「무의식과 욕망」은 자본주의가 현대인의 삶을 욕망의 차원에서 어떻게 조작해 내며 지배하고 있는가 하는데 대한 작가들의 기술적인 대응을 보여주자는 것으로 박불똥 안창송 양인진 이일호 정복수 홍수자씨 등이 참여하여 욕망과 실존의 다양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주제 「정치·역사」는 탈이데올로기가 주창되는 오늘의 시점에서 이데올로기로부터 생성돼 나와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해체해 나가는 작가의식을 투영해 보는 자리로 강요배 김산하 심정수 윤동천 조덕현 등 다양한 성향의 작가 16명이 참여한다.

금호미술관의 이번 기획전은 우리 화단의 내일을 이끌어갈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한결같이 떠안고 있는 과제인 「오늘의 삶을 미술이 어떻게 표출해 내야 할 것인가」를 대표적인 작가 55명을 통해 조망해 보는 것이어서 한편으론 이들의 고민과 한계성까지도 읽힐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금호그룹산하 금호문화재단이 3년전 꾸며놓은 금호미술관은 그간 그 어느 전시공간보다도 역량있는 젊은 작가들의 초대에 큰 성과를 보여왔으며 지방작가들의 서울발표 전시장으로도 남다른 역할을 해왔다.<이헌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