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의 의미/김준철 청주대총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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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5-01 00:00
입력 1992-05-01 00:00
유한한 인간에게,한계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절대자가 필요했기에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종교생활을 하면서 현실을 극복해간 까닭을 알 만하다.
세상에는 종교도 많고 종교인구도 많다.우리나라만 해도 신자가 무종교자보다 많은 편이다.그런데도 세상은 점점 뒤틀려지고만 있다.
나는 부처님을 믿고 존경한다.우리 가정이 불교가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생애는 참으로 위대하다.특히 부처님이 고행길에 나서게 된 최초의 동기가 나의 마음을 늘 사로잡고 있다.부처님이 아직 성불하시기 전의 7세때 가비라 성의 왕자로 생활하면서 그분은 어린 나이로 새가 벌레를 쪼아먹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아 세상은 산것끼리 서로 잡아 먹는구나』하는 그 어린 시절의 괴로운 마음에 노상 매어달려 있었던 것이다.결국 그 고뇌가 뿌리가 되어 그는 한 나라 왕자로서의 사치스러움보다는 고행길로 나서서 스스로 고통을 맛보면서 중생을 제도할 길을 찾았던 것이다.결혼도 하고 자식도 탄생했지만 출가한 그는 참으로 쓰디쓴 고뇌의 길을 체험하게 되고 천만대에 걸쳐 중생을 구원하는 부처님이 되셨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새가 벌레를 쪼아 먹듯이 무자비하게 살고 있다.서로 사랑을 나누고 자비심과 연민의 정으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못되고 있다.부처님의 고행길이 그토록 처참했지만 아직 그 불심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삶을 욕망으로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으니 조만간 희로애락도 다 없어져 버리고 만다』는 무상을 석존은 우리들에게 깊게 설파해 주었지만 욕망의 덩어리인 인간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자기 욕심대로 살아야 한다고들 날뛴다.
「자타불이」로 너의 마음속에 내가 있고 내마음 속에 네가 있어야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 수 있겠는데 「자타불이」는 커녕 이기주의가 한 사람의 마음에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기주의라는 대단위로 팽창해 가고 있다.참으로 연민의 정이그립다.
그런데 부처님은 말없이 미소만 짓고 계시니 때가 있다는 뜻인지,그래도 걱정말고 참고 살면 다 평강이 올 것이라는 눈짓인지 답답하기만 하다.사모하는 당신의 자비와 기원으로 빨리 세상이 맑고 사랑 가득 넘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싶다.
▷필진이 바뀝니다◁
5월의 필진이 이용성(중소기업은행장)김준철(청주대총장)전경화(미추홀 예술진흥회대표)유재원(외국어대교수·언어학)우홍제씨(본사 편집위원)로 바뀝니다.
1992-05-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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