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중독/배기민·대한상사중재원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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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4-29 00:00
입력 1992-04-29 00:00
사이비가 범람하고 있다.물건·사람·사상·제도등 사이비가 없는 것이 없다.우리는 매일같이 물건에 속지 않고,사람에 속지 않고,제도에 속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그러나 사이비를 바르게 뚫어 보는 것은 쉽지 않다.속지 않으려는 긴장의 연속은 오히려 한 개인의 인생관,사회관을 부지불식 중에 변화시키고,나아가서 사고와 행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우리의 눈을 보자.물건을 보는,사람을 보는,제도를 보는 그 눈에 의심의 그늘이 가셔진 때가 있었던가.이러한 것이 모여서 웃지 못할 오늘의 사회풍속도를 그린다.의심한 나머지 거꾸로 진짜를 버리고 가짜를 택하는 희극이 이어지는 오늘이 아닌가.

진짜와 가짜는 어느 사회에서든 공존하고 있다.그런데 사회가 고도화·복잡화됨에 따라 진과 위의 판별이 어려워지고 더욱이 사이비가 활개를 치게 되니 문제가 심각해진다.

철학의 역사는 인간과 사회에 있어서 진과 위를 가리는 인간 지혜의 도정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오늘까지도 진·위를 가리는 실용적인 잣대를 갖지 못한다.

길은 한 가지뿐이다.우리의 지혜와 사물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뿐이다.이것을 위하여 나는 동서를 막론하고 양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정직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바깥차림만 잘하고 큰 소리만 친다면 옳은 사람이 적다고 우리의 선현이 갈타하고 있지 않은가.정의,복지,평등등을 외치면서 권력을 창출하는 자유선거가 없고,자유선거의 기본이 되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 이것이 바로 사이비민주정치라고 선현들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선현의 글을 많이 읽자.

지금 우리는 범람하는 사이비에 떠밀려 내리고 있지는 않은가.사이비에 중독되어 진과 위를 가리는 눈과 지혜를 스스로 감고 덮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가상할 일이다.실로 가상할 일이다.
1992-04-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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