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클레어와 자크티보/이동하 문학평론가 서울시립대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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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4-10 00:00
입력 1992-04-10 00:00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은 새로운 새의 탄생을 가능케 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했던 과정으로 간주되어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시선을 돌려 프랑스쪽을 보면,이처럼 다분히 신비주의적인 논리에 의거하여 전쟁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기꺼이 총을 잡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와는 정반대의 자리에 서는 한 인상적인젊은이의 모습이 발견된다.그는 바로 마르댕 뒤 가르가 창조해낸 자크 미보라는 인물이다.그는 사회주의 운동의 투사로서 활동하던 중 프랑스와 독일의 청년들이 모두 소집되어 대치하는 상태에 들어가자 은밀히 소형 비행기를 구하여 하늘로 날아 오른다.전쟁을 원하는 것은 지배층 뿐이며 병사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그는,평화를 지키기 위해 바로 그 병사들에게 호소하기로 결심하고 다량의 반전팸플릿을 전선에 뿌리고자 했던 것이다.비행기가 추락하고 그 자신도 죽는 바람에 그의 뜻은 좌절되고 말았지만 전쟁이 어떤 논리로도 긍정될 수 없음을 확신하고 그 방지를 위한 노력에 신명을 바친 이 청년의 모습은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이러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새삼 다음과 같이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저 두 사람의 동시대인 가운데 누가 더 옳았다고 판단해야 하는가? 아니 우리들 자신은 과연 그들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1992-04-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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