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강사료/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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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4-02 00:00
입력 1992-04-02 00:00
그러면 시간강사로 일해야 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그것은 천차만별이다.불과 1년만에 전임자리를 찾는 행운아가 있는가 하면,누구 못지 않은 학문적 역량에다 박사 학위까지를 갖고 있으면서 단지 기회를 얻지 못한 탓에 10년 혹은 그 이상이나 되는 세월을 시간강사로 지내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이 모든 경우를 통틀어서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근자로 오면서 이 기간의 평균수치가 엄청나게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이런 시간강사들이 강의를 하고 받는 강사료는 얼마인가? 이 물음앞에서 우리는 문득 참담한 느낌을 갖지 않을수 없다.한 시간당 평균 1만원꼴이라는,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믿으려 들지 아니할 정도로 형편없는 액수가 그 답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에 1만원꼴이라면 일주일에 8시간 강의를 할 경우,한달 수입을 다합해 보았자 32만원밖에 되지 않는다.일주일에 열댓시간씩 강의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현재의 여건에서는 주당 8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이다.그리고 대학생들 앞에서 강의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로 하는 노력의 양을 감안해 보면,덮어놓고 많은 강의시간을 확보하려 애쓰는 것이 반드시 현명한 일도 아니다.그나마 이 미미한 수입이라는 것도 긴긴 방학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동안만의 이야기다.방학기간 중에는 정말이지 단 한푼의 보수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에 재학중이거나 이미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학문연구에 일생을 바치고자 마음먹은 대가로 받는 보수가 이러하다.
나는 여기서,이들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학문의 길에 평생을 바치고자 마음먹고 땀흘리는 사람들을 이처럼 학대하고서도 과연 우리 사회의 내일이 존재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의문시하지 않을 수 없다.이런 식의 처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경우 우수한 젊은이들 가운데 과연 얼마만큼이 학문연구에 뜻을 두고자 할까? 우수한 젊은이들의 대부분이 학문연구의 길을기피하도록 만들어 놓고서도 그 사회의 내일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환상이다.
1992-04-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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