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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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3-29 00:00
입력 1992-03-29 00:00
고대 이집트의 왕묘들이 군집해 있는 나일강변의 킹스밸리(왕가의 계곡)의 왕묘 하나하나는 모두 석굴로 되어 있다.석산을 뚫어 그 안에 묘터를 잡고 왕묘의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히 봉인되어 있다.그리스나 로마에서도 비슷한 왕묘들은 많다.여기서 마무리 재료로 쓰인것은 시멘트다.현대적 의미의 가공된 시멘트와 천연석회석을 그대로 쓴것만 다를 뿐이다.◆시멘트의 역사는 이처럼 길다.요즘 우리의 생활주변을 둘러보면 가히 회색문명시대다.지난해 경제성장의 주축이 건설부문이었다는 통계가 아니더라도 아파트·도심의 빌딩·고속도로 등 눈에 띄는 경제현장 어디에서나 시멘트문명을 목격한다.◆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 세계1위라는 보도가 있다.91년 1년동안 국내에서만 4천4백만t의 시멘트를 소비,1인당 평균 1.02t을 썼다는 것이다.이같은 양의 시멘트로 모두 아파트를 지었을 경우 평당 2백80㎏의 시멘트가 쓰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1인당 3.57평이 건설된 셈이다.◆세계통계로 보면 지난 89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가 그해 1인당 시멘트 사용량이 1천5백48㎏으로 1위,우리나라는 6백66㎏으로 20위를 차지하고 있다.이렇게 보면 지난해 우리의 1인당 시멘트 사용량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잘 맞지 않는다.그러나 시멘트 사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90년에는 20%,91년에는 30%가 늘어났다.◆전국이 시멘트로 뒤범벅되고 있지않나 느껴질 정도다.시멘트 구조물의 생명은 1백년이 간다고 한다.굳는데 50년 도괴되는데 50년이 걸린다.시멘트 사용량의 많고 적음이 경제성장이나 현대적 문명의 수준과 얼마나 부합되는지는 알수가 없다.그러나 명백한 것은 지금 우리는 1백년동안 무너지지 않는 회색문명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2-03-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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