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통하지 않는다”/의왕=박찬구기자(선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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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3-21 00:00
입력 1992-03-21 00:00
『누가 나라를 위한 참일꾼인지를 신중하게 선택,그 사람에게 표를 주겠습니다.이번 선거에서 김력이 무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겠습니다』
『유권자들이 의외로 조용합니다.속마음을 알 수 없어 전략수립에 애를 먹고 있어요』
경기지역의 14대 총선 표밭은 유권자들의 차분함과 후보들의 초조함이 교차되고 있다.전혀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과천·의왕지역의 모정당 선거대책본부장의 말은 이를 더욱 극명하게 나타내준다.『아직까지 어떤 점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돈을 쓰면 망신만 당할 것이라는 인식이 후보들 사이엔 팽배합니다.현재는 성실한 일꾼이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권자인 박수서씨(53·시민약국 약사)는 『예전처럼 선거운동원들이 집집마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일도 없고 자극적인 선전·선동문구도 모두 사라진 것같다』면서 『바람직한 선거풍토가 조금씩 자리잡아 가는 느낌』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안양시 갑선관위 나창환사무과장(58)도 『과열·혼탁양상이 눈에 띄게 줄어든것만은 사실』이라며 『선거법위반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대응이 강경해 당선권내의 후보자들이 오히려 자제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합동연설회장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끝까지 자리를 뜨지않고 후보들의 말 한마디에 진지하게 귀기울이는 모습도 이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러나 선거전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일부 후보들의 상대후보를 겨냥한 비난성·폭로성 발언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정치구태」이다.수백명의 박수부대를 동원,분위기를 어지럽히고 밀물·썰물작전으로 유세장의 김을 빼는 행위도 여전하다.
성남시 수진2동 박미자씨(36·여·진성부동산 공인중개사)는 『후보들의 행동이 아직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면서 『사탕발림이나 아전인수 격의 유세는 정치불신을 증폭시켜 투표율만 낮출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총선은 구태의 완전 청산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우리의선거풍토에 신선한 기폭제가 될 여러 조짐이 이미 움트기 시작했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1992-03-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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