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는 거품경제의 소산(사설)
수정 1992-03-21 00:00
입력 1992-03-21 00:00
경제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자금부족론은 얼마전 논쟁으로 번진바 있고 최근들어 상장사들이 연쇄적으로 부도를 내자 경제계 일부에서는 이를 위기적 장황으로 보는 것같다.경제계 일부의 주장대로 견실한 기업이 재고누적과 일시적 자금란으로 인해 도산을 하고 있다면 금융당국은 통화공급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연쇄부도사태는 일시적 자금흐름의 경색에 기인된 것이 아니라는게 우리의 판단이다.여기에는 몇가지 논거가 있다.첫째로 우리경제는 86년이후 89년까지 사상 유례없는 흑자경제를 시현한 바 있다.외국에서 벌어들인 잉여달러가 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쓰여지기 보다는 부동산투기와 재테크로 몰렸다.
그 바람에 주가지수가 88년 4월 1천포인트를 돌파했고 전국 곳곳에서 불동산투기가 만연했었다.급등했던 주가가 89년부터 하락세로 반전,지금은 6백선을 유지하기에도 힘든 실정이다.부동산 또한 정부의 토지공개념 도입과 신도시건설 등으로 진정국면에 있다.현재 우리경제는 86년부터 89년까지 4년동안 야기되었던 거품경제가 퇴조되고 있는 과정이다.
둘째로 산업측면에서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여 대외경쟁력을 유지해왔던 신발·의류·가죽업종 등 저부가가치형 산업들이 87년 이후 고임금사태를 맞으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지금은 이들 산업의 사양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다.
셋째로는 현재 불도를 낸 기업들의 면모이다.86년이후 주가가 폭등하자 증시 안정을 위해 상당수 기업들의 주식들이 면밀한 경영분석이 없이 공개되었다.현재 부도를 낸 상장사들의 일부는 거품경제에 편승하여 불동산과 재테크에 지나치게 투자를 했거나 기업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상장사를 포함한 상당수 기업의 부도사태는 경기순환과정에서 빚어진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거품경제와 구조 조정과정의 산물이다.이런 상황에서 통화공급확대 또는 구제금융을 통해 부도위기에 있는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산업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그뿐이 아니라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 불안을 야기시키고 마침내는 안정기조를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안정기조가 무너지면 지금까지 견실한 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대외경쟁력마저 위협받는 결과가 초래된다.따라서 정부는 거품경제와 구조조정이 끝날때까지 통화공급을 확대해서는 안된다.안정기조 유지를 위한 김융과 재정면에서 긴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그것만이 거품경제를 빠른 시일안에 치유하는 길이다.
1992-03-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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